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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축구(Calcio Italiano)/세리에A

'7공주'에 대한 향수 - LAZIO


'우노제로'더라도 이기면 100점만점

이탈리아축구와 스페인축구의 비교로 자주 듣는 말이 “스페인인은 결과보다도 질을 중시하지만 이탈리아인들은 그 반대이며 질은 어찌되었든 내용을 요구한다”라는 것이다. 하지만 스페인인이라고 해도 응원하는 팀의 승리를 원하며 이탈리아인들도 스펙터클한 축구를 보면 행복한 기분이 든다. ‘아름다운 축구로 승리한다’. 그 바램은 바르샤만의 전매특허가 아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후반 30분에 2-0’이라는 장면이 되면 국민성의 차이는 여실히 드러난다. 스페인인들은 ‘1점 내주더라도 아직 리드하고 있기 때문에 과감하게 공격해서 3번째 골을 노리는’것을 생각한다. 하지만 이탈리아인들은 ‘1점을 내줘서 상대가 기세를 타면 곤란하기 때문에 수비를 굳히는’것을 선택한다. 이것이 스페인과 이탈리아축구관의 차이다.

그런 이탈리아의 축구관을 가장 현저한 형태로 보여주는 것이 로마 더비라고 나는 생각한다. 라치알레와 로마니스타 모두 어떤 형태로든 승리하는 것을 원한다. 거기서 질을 묻는 일 같은 건 없다. 볼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는 우노제로(1-0)이더라도 이기면 100점 만점인 것이다. 스페인적인 압승과는 정반대의 벡터라고도 말할 수 있다. 즉, ‘매우 근소한 차이로 승리하는 것’이 이상적인 것이다. 상대 팬들의 아쉬움이 커지면 커지는 만큼 그것을 보고 만족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는 10월에 벌어졌던 이번 시즌 첫 로마 더비는 라치알레에게 있어 이상적인 승리였다.

후반 로스타임, 라스트플레이로 결승골을 넣었던 것은 미로슬라브 클로제였다. 그때까지는 1-1이었지만, 만약 이대로 스코어의 변동 없이 팬들의 토론에 의한 재정으로 승부가 갈리게 된다면 수적불리 속에서의 펼쳐진 로마의 분투가 칭찬받게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 클로제의 일격은 결승골이 아닌 ‘일발역전의 골’이었던 것이다.

경기중계 마지막에 방영된 영웅 인터뷰에서 수훈갑 클로제가 이렇게 말했을 때, 라치알레들이 진을 쳤던 꾸르바 노르드는 매우 들끓었다. “라치오가 골을 축복하는데 언더셔츠의 메시지는 필요 없습니다”


전반에 선제골을 넣었던 파블로 오스발도는 꾸르바 노르드의 라치알레를 향해 유니폼을 걷어 올렸고 이런 메시지를 보였다. ‘나도 너희들에게 관장을 해줬어!’. 이것은 과거 토티가 보여줬던 ‘또 관장을 했네’라는, 품위가 결여된 언어선택의 센스가 뛰어난 로마아이스러운 도발의 메시지다. 하지만, 이런 도발은 승리했을 때 의미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패배하면 단순한 창피에 불과하다. 토티의 메시지는 그 유명한 ‘너뿐이야!’라는 메시지와 함께 로마니스타의 화젯거리가 되고 있지만 오스발도의 그것은 라치알레의 웃음거리가 되어버렸다는 감이 있다.

어쨌든 이번 로마 더비는 명승부였다. 최근에는 양쪽 모두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며 승부가 결정되었고 양 팀 모두에게 깔끔하지 못한 경기가 적지 않았지만(그럼에도 승리한 측의 팬들은 대만족이었겠지만), 이번 로마 더비는 93분에 클로제가 결승골을 넣기까지 어느 쪽이 승리할지 알 수 없는 숨 막히는 열전이었다.

라치오는 클로제와 지브릴 시세라는 월드클래스의 공격수 2명의 영입이 팀에 열광을 가져다주는 형태가 되었다. 경험이 풍부하지만 전성기가 지난, 얼마 전의 시즌에서는 본래의 힘을 발휘하지 못했던 2명의 영입을 회의적으로 받아들이는 팬이 많았다. 마우로 사라테를 방출하고 미지수의 베테랑을 데려온 것은 큰 도박이었지만 지금까지의 모습을 보는 한 큰 성공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연속성은 불충분하지만 해결할 수 있다.

어떤 일이든 조급한 로마인답게 이미 사람들은 스쿠데토라는 말을 입에 담고 있지만 그것은 역시 시기상조일 것이다. 페데리코 마르케티를 중심으로 한 수비진, 에르나네스와 클로제, 시세의 삼각편대가 기능하고 있는 공격진은 어쨌든 강력하지만 팀으로서의 기능성은 아직 불충분하다. 빼앗은 볼을 부드럽게 최전방으로 운반하는, 상위경쟁을 펼치는 레벨의 팀이라면 당연히 가능한 이런 플레이에 어려움을 안고 있다. 또, 클로제가 논에 띄는 만큼 클로제를 더욱 빛나게 하는 역할로 돌아서는 형태가 된 에르나네스의 득점력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것도 문제다.

하지만 그런 문제는 근본적인 것이 아니며 연습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경험이 풍부한 노장 에디 레야의 지도아래 성숙해진다면 라치오는 한층 더 크게 성장할 것이다.

세리에A가 다시 활기 있는 리그가 되기 위해서는 수도의 2팀이 힘을 되찾는 것이 필요하다. 더비에서는 매우 근소한 차로 패자가 된 로마도 포함해서 양 팀의 레벨이 높다는 것을 충분히 확인시켰다. 과거 ‘7공주’를 형성했던 양 팀의 레벨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 세리에A에게 있어 환영해야할 상황임에는 틀림없다.

 

전방의 타국적 삼총사는 초강력


지브릴 시세

기복의 폭이 심하지만 기세를 탔을때의 폭발력은 대단하다. 득점을 노리는것뿐만아니라 측면으로도 움직이며 공격의 기점이 되는 등 다채로운 움직임으로 공격의 폭을 넓힌다.


에르나네스

시즌초반에는 컨디션이 저하되었지만 최근에 와서 본실력 발휘. 2톱에게 패스를 공급하는 것 뿐만 아니라 그들을 미끼로 사용한 뒤 날리는 중거리슛도 무기

 
미로슬라브 클로제

이탈리아축구에 빠르게 적응하며 개막 이후 꾸준하게 득점. 더비의 결승골에서도 알 수 있는것처럼 이거다싶은 장면에서의 강한 승부력은 압도적이다


출처 : 월간 칼치오2002 2012년 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