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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카를로 안첼로티의 전술노트

카를로 안첼로티의 전술노트 ⑫ - 감독론 (Chapter 1)


새로운시즌을 향한 준비(팀만들기에서 캠프, 그리고 개막까지)

감독의 일

감독의 일이라고한다면 독자 여러분들은 무엇을 떠올리게될것인가. 팀의 시스템과 전술을 정하고 멤버를 선택해서 선수들을 피치위로 올려보내고 필요에 따라서는 선수교체를 실시하는것. 확실히 그것도 그 일부다. 시합을 앞두거나 혹은 시합 도중에 팀을 맡는 최고책임자로서 다양한 '결단'을 내린다. 이것이 감독의 일에서 매우 중요한 측면이라는 것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시합을 치루는 것은 1일이나 기껏해야 2일에 불과하다. 남은 4, 5일동안, 즉 1주일의 대부분은 시합을 준비하기위한 작업, 즉 연습에 사용되고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매일매일의 연습을 짜고 준비하고 실시하는 것. 그것의 반복 또한 감독의 일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시합을 둘러싼 다양한 결단도 매일매일의 연습을 통해 축적이 되어야 비로소 자신을 갖고 내리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감독에게 있어 일상적인 일의 현장은 경기장이 아닌 오히려 팀의 트레이닝센터인 것이다.

추가로 말하면 감독의 일은 눈앞의 시합을 준비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는다. 보다 장기적인 시점에 서서 다음 시즌, 그리고 장래에 걸친 팀의 강화에도 클럽의 강화스탭과 협력하면서 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기때문이다. 본 장에서는 그러한 피치 바깥의 업무까지 포함해 프로축구클럽의 감독이 어떤 일을 하고있는지를 1년의 사이클을 쫓아가면서 소개하고싶다.


팀만들기의 프로세스

새로운 시즌을 향해 클럽이 처음으로 몰두하는 것은 팀만들기, 즉 선수의 방출과 영입을 통해 전력을 저비하는 작업이다. 말할 것도 없이 우리들 감독에게 있어 이것은 매우 중요한 일중 하나이다. 실제로 클럽에게 있어서는 하나의 시즌은 지난 시즌이 끝나고나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시즌이 끝나고나서 그 검토 및 평가에 착수하며 그 이후부터 새로운 팀만들기에 착수하려면 너무 늦기때문이다. 이듬해의 보강을 위한 이적시장은 시즌 종료를 기다리지않으며 종반에는 이미 움직이고 있다. 그 시점에서 이미 명확한 보강의 방향성이 굳여지지않으면 선수영입경쟁에서 늦어져버리게 된다. 좋은 선수는 좋은만큼 경합은 치열해지는 것이다. 빠른 시기부터 뛰어들지 않는다면 좋은 조건으로 영입하는 것은 어렵다.

따라서 클럽의 내부에서는 통상 리그가 반환점을 지난 1월, 2월경부터 빠르게 시즌의 총괄에 착수한다. 사전에 세워둔 목표에 대한 도착도, 팀의 종합적인 전력에 대한 평가부터 포지션별, 추가로 개개의 선수에 대한 평가까지를 강화부문의 총책임자(통상은 스포츠디렉터)를 중심으로 하여 다각적인 시점에서 실시한다. 물론 감독도 그 작업에 참가하며 팀의 현장에서의 평가 및 리퀘스트를 전달하며 클럽과 함께 다음 시즌을 향한 계획을 작성하게 된다. 통상은 월에 몇차례, 클럽의 사무실에서 스포츠디렉터를 시작으로 하는 클럽의 주요 스탭과 회담을 가지며 대화를 나누며 진행한다. 이렇게해서 시즌도 종반에 접어드는 4월경에는 다음시즌을 향한 보강에 뛰어들기 시작하는 것이 보통이다. 물론 그 이후 팀의 상황이 크게 변하며 그때까지의 평가 및 프로그램을 수정하지않으면 안되는 일도 종종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종반까지 그저 팔짱을 끼고있을 수만은 없다.

나는 감독은 이 팀만들기의 프로세스에 책임자 혹은 그것에 가까운 입장이며 전면적으로 관여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시즌이 시작되서 실제로 팀을 지위하는 것은 감독이며 그런 이상 감독의 구상을 기초로해서 팀을 구축하는 것이 가장 간단한 방법이다. 감독의 입장에서 본다면 자신이 필요로하지않는 선수, 자신의 요구와 다른 타입의 선수를 받아서 이리저리 변통하지 않을 수 없게되어버리면 문제는 훨씬 복잡해진다. 팀의 메카니즘이라는 것은 단 하나라도 뭔가가 결여되거나 달라지면 결코 생각했던대로는 움직이지 않는것이며, 그렇기때문에 하나부터 전체의 밸런스를 잡지않으면 안되는것 또한 적지않기때문이다.

감독은 이 팀을 어떻게 기능시키고싶다는 구상을 하나하나 갖고있는것. 다음 시즌을 향해 클럽과 세우는 보강계획도 그것을 실현하기위해 필요한 선수를 보유하는 것이 감독의 입장에서 보면 첫번째 노림수가 된다. 약한 포지션을 보강하거나 부족한 타입의 선수를 추가하거나 목표로하는 축구에 맞지않는 선수를 잘라내거나 같은 일을 구상하면서 방출할 선수, 영입후보선수를 좁혀나가는 것이다.

그렇다고는 하더라도 이탈리아의 경우 현실에서 감독이 팀만들기 프로세스에 책임자로서 참가하기란 어렵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 감독은 자신이 희망하는 선수의 리스트를 제출하거나 적어도 어떤 타입의 선수가 필요로 한가를 스포츠디렉터 등, 클럽수뇌와의 접촉중에 상세하게 전달한다. 하지만 누구를 방출할지 누구를 영입할지를 결정하는 최종적인 권한까지 갖고 있는 감독은 이탈리아에는 없다. 뚜렷한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감각적으로 말해서 팀만들기에 관해 감독의 요청이 채워질 확률은 50%정도가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최종적으로 어떤 선수를 팔지 누구를 영입할지를 좌우하는 가장 큰 요인이 감독의 요구가 아닌 클럽이 갖고있는 경제력이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말해보면 2가지 측면이 있다. 하나는 이적료의 수지. 즉 선수를 팔아서 얻는 수입과 사기 위한 지출의 차액에서 어느정도까지 클럽이 허용할 수 있느냐는 것. 이것이 커지면 커질수록 가격이 높은 선수, 즉 좋은 선수를 살 수 있는것이다. 또 한가지는 인건비. 1년동안 어느정도의 금액을 연봉으로 지불하느냐는 것이다. 클럽의 재정규모에 따라 연간급료가 결정되기때문에 예를 들면 키에보 베로나처럼 작은 클럽은 아무리 이적료가 0이더라도 연봉이 몇백만유로나 되는 스타선수를 영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감독은 이러한 것을 염두에 넣고서 클럽의 경제력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구체적인 멤버의 구상을 세워 영입후보선수의 리스트를 작성하게 된다. 그것을 위해서는 클럽의 운영에 대해 기본적인 지식이 없어서는 안되며 또한 국내는 물론 해외의 주요 이적정보에도 정통하지않으면 안된다. 매일의 연습과 시합의 지휘만이 감독의 일이 아닌 것이다.


팀의 방향성을 정한다.

이적시장은 시즌이 끝나는 5월말부터 시작되며 감독과 선수가 휴가를 떠나는 6월에 본격화된다. 7월 중순에 프리시즌캠프가 시작되기까지는 새로운 시즌을 치루기위한 팀의 면면들이 거의 굳혀지는 것이 보통이다. 새로운 시즌을 맞이한 감독이 우선 생각하는 것은 이 팀에서 어떤 축구를 할것인가, 라는 것이다. 물론 기본적인 구상은 이전부터 갖춰져 있다. 하지만 보강이 지난 시즌동안 클럽과 세웠던 계획대로 흘러가는 것은 우선 드물기때문에 팀이 굳혀진 시점에서 재차 구체적인 방향성의 수정을 재촉받는 것이 보통이다.

어떤 축구를 할것인가를 결정하는 요인은 가장 간단하게 나누면 2가지다. 하나는 감독 자신이 어떤 축구를 이상으로 삼고 실현시키고싶은가에 달려있다. 또 하나는 팀을 구성하는 멤버의 면면들이다. 전술을 채용하기 위해서는 그것에 적합한 선수가 팀에 있어야 한다. 또 반대로 매우 우수한 선수가 있는 경우에는 그 선수의 힘을 최대한으로 끌어내기위한 팀을 조직하는 것도 가능하고 그것이 복수일 경우에는 전원을 동시에 기용해서 팀 전체를 기능시키는 해결책을 찾아내려하는것도 필요하다. 대부분의 감독은 이 2가지 요인을 충분히 검토한 연유에 최종적으로 기본이 되는 팀의 방향성을 정하게 된다.

프리시즌기간의 목표는 크게 나눠서 2가지다. 하나는 시즌을 통해 싸울 수 있는 피지컬컨디션의 토대를 만드는 것. 또 한가지는 팀으로서의 전술적인 골격을 만들어 기능시키는 것이다. 피지컬컨디션에 대해서는 이후에 재차 다루기로하고 이곳에서는 후자로 이야기를 좁혀보도록 하겠다.

감독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설정한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여정, 그리고 그것을 위해 구체적인 수법이 자신의 머릿 속에 100% 명확히 수립되어 있는 것, 그것에 확신을 갖고있는 것이다. 이러한 축구가 하고싶다, 라는 명쾌한 구상을 갖고있더라도 선수들에게 그것을 전달하고 실행시키기위한 다양한 수법, 즉 티칭 메소드와 연습메뉴를 갖지못하는 한 피치위에서 그것이 형태가 되는 일은 없다. 또 감독이 그 수법에 확신을 갖고있지않다면 실제로 그것을 실행하는 선수들을 납득시키는 것 또한 불가능하다. 감독에게 의혹이 있으면 선수는 민감하게 그것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매일의 업무는 피치위에서 행해지는 것. 그곳에서 중요한 것은 말보다도 구체적인 사실, 즉 선수들에게 무엇을 요구할지 그것으로 무엇을 얻을지 같은것이다. 감독에게 있어 하나의 팀을 만든다는 것은 그러한 사실을 하나하나 쌓아나가는것이며 그것 이외에는 없다. 프리시즌캠프의 전술트레이닝은 우선 미니게임에서 시작된다. 화이트보드를 사용해 기본적인 시스템과 공통적인 약속을 팀에 설명하고 그것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다. 자신의 구상을 일방적으로 선수들에게 밀어넣는 것은 내 방식이 아니다. 나는 감독중에서도 선수와의 대화에 오랜 시간을 할애하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팀 전체과의 미팅뿐만이 아니라 한명한명의 선수와도 자주 대화를 나눈다. 하나의 팀을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대화를 통해 선수들이 내가 제안하는 프로젝트를 납득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미팅중에 대화를 나누는 것을 하나하나 피치위에서 형대로 만들어가는 작업이다. 팀을, 그리고 한명한명의 선수를 납득시키는것이 가능할지 어떨지도 결국에는 피치위에서 실제로 해보고 어떻게 되느냐에 달려있다.

전술트레이닝은 우선 DF, MF, FW로 섹션을 나누고 마지막으로 팀 전체에서 시험, 이라는 단계를 밟는다. 기본적인 움직임과 커버링 등의 약속이 자연스럽게 정착되기까지 몇번이고 반복학습을 실시하는 것이 기본이다. 문제는 같은것을 몇번이든 반복하게되면 선수들은 질려버리기때문에 집중력이 유지되지않으며 결과적으로 피로도 커지게된다. 그것을 피하기위해서는 같은 목적을 위해 몇개의 다른 연습메뉴를 실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갖고있는 연습메뉴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이것은 좋은 감독이 되는 조건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프리시즌의 친선경기는 매일 실시하는 트레이닝에서 쌓아왔던것을 실전에서 시험하고 체크해서 과제를 밝혀내기위한 중요한 기회다. 또 경기의 리듬과 진검승부의 긴장감에 정신과 육체를 익숙하게만들어주는 프로세스이기도하다. 이상적인 리듬은 매주 1경기씩, 서서히 대전상대의 레벨을 높여가면서 싸워나가는 것이다.

원래대로라면 친선경기의 스케쥴과 대전상대도 모두 감독이 결정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빅클럽이 되면 클럽측의 영업적인 요구도 관여된다. 예를 들면 밀란과 유벤투스는 휴대폰회사와 맥주메이커와 스폰서계약을 맺고있고 프리시즌에는 각 회사의 이름이 걸린 미니토너먼트에 참가하지않으면 안되도록 되어있다. 추가로 최근에는 국내뿐만이 아닌 외국에까지 원정을 나가 친선경기 및 토너먼트를 치루는 일도 많아졌다. 이것은 물론 국제규모의 경기쪽이 클럽측으로 들어오는 금액이 크기때문이다.

이런 경기를 위해 정거리 이동이 늘어나면 그만큼 연습에 할애할 시간은 적어진다. 이것은 감독에게 있어서는 큰 고민이지만 클럽의 자금적인 요청도 무시할 수 없는 이상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한번 국외에 나가면 며칠간 같은곳에 체류하며 그곳을 거점으로 복수의 친선경기에 출전하는 형태로 큰 이동을 최대한 줄이며 연습시간을 확보하면서 스케쥴을 편성해가는 공부를 클럽과 연락을 빈번히 주고받으며 진행해나가는 것도 감독의 중요한 일이 되었다.

이렇게해서 개막을 향한 프리시즌의 프로그램을 소화해나가는 가운데 감독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팀의 열쇠를 쥔 선수가 부상으로 장기이탈하는 큰 사고가 발생하면 당초의 계획을 대폭적으로 수정하지않으면안된다. 그것이 없다면 이후에는 매일매일의 트레이닝 속에서 하나하나 문제를 해결해서 팀을 완성에 가깝게 만들어가는 것이 가능하다. 그중에서 흔히 말하는 주전 선수도 서서히 굳혀지겠지만 프리시즌 1개월만에 베스트멤버를 완벽하게 찾아내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본격적인 경우 시즌이 시작된 이후 몇경기는 다소 시행착오가 필요하다.

하지만 일단 시즌이 시작되면 감독의 일을 판정하는 유일한 기준은 피치위에서 팀이 보여준 '결과'만이 된다. 그리고 알고있는대로 이 '결과'라는 녀석은 실로 다양한 요소에 따라 좌우되는 골치아픈 녀석이다. 그것에 어떻게 대처해나가느냐가 감독에게 있어 가장 큰 난제라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