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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카를로 안첼로티의 전술노트

카를로 안첼로티의 전술노트 ⑭ - 감독론 (Chapter 3)

 


시즌 중반부터 후반 : 팀매니지먼트의 중요성


연료가 떨어지는 것을 피하기 위한 트레이닝

시즌이 후반기에 돌입하는 한겨울은 시즌중에는 가장 축구에 적합하지 않은 시기다. 북이탈리아에서는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일도 적지 않고 피치의 컨디션도 나쁘다. 한파가 온 해에는 얼어붙은 피치에서 경기를 치루지 않으면 안되는 일도 있다. 그런 점에서는 경기를 하는것이 그다지 즐거운 시간이라고는 할 수 없다.

과거에는 1월부터 2월 초에는 리그 이외의 경기는 편성되지 않는 것이 보통이었다. 하지만 유럽컵대회의 경기가 늘어난 것도 있고 최근에는 국내컵 대회가 이때로 밀리게 되었다. 특히 시즌 종료 후에 월드컵과 유럽선수권(EURO)이 있는 년도에는 리그의 모든 일정을 5월 중순까지 끝내야하기 때문에 한층 더 스케줄이 타이트해진다.

실은 1월부터 2월에 걸친다는 것은 피지컬컨디션에 있어서는 꽤 중요한 시기다. 이전에도 말했던 것처럼 타이틀을 노리는 빅클럽은 여름의 프리시즌캠프에서 정확히 이 시기에 최고점을 맞이하도록 컨디션을 만든다. 겨울에 팀이 피지컬면의 문제를 안게 된다면 그것은 컨디셔닝에 실패한 증거다.

이 시기가 중요한 것은 경기가 없는 주중을 이용해서 시즌에 돌입한 이후 거의 하지 못했던 부하가 큰 트레이닝(무산소계 및 파워업)을 연습 중에 포함시켜 시즌 종반을 대비한 ‘저축’을 해두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중경기가 중단되는 일 없이 계속되면 거기에 지불하기 위한 시간이 없어져버린다. 그러한 때 상정된 위험은 시즌 종반이 되면 연료고갈의 사태가 일어나버린다는 것. 그것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계획적인 로테이션이며 한명 한명의 선수에게 1번이나 2번 정도는 쉬게 해주고 그 간격을 이용해서 개별적으로 피지컬트레이닝을 실시하는 방법이다.

실은 또 한 가지 가장 극단적인 방법으로 우선순위가 낮은 컵대회를 버린다는 방법도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떤 경기라도 일단 피치에 서면 꼭 이기고싶다고 생각하는 것이 우리 축구선수들의 성격이기도하다. 그런 이유로 적극적으로 로테이션을 시도할 기회로 이용하는 일은 있더라도 패배해도 좋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하는 일은 없다.


겨울의 메르카토

감독의 일에 있어 중요한 겨울의 토픽이 새해가 밝음과 동시에 재개되는 이적시장이다. 이적기한이 1월말까지 딱 1개월의 기간 동안 매스컴 상에서는 이적에 관한 소문이 무턱대고 퍼지게 된다.

이런 겨울의 이적시장은 이탈리아에서는 별칭 ‘메르카토 디 리퍼라치오니(수복의 시장)’으로 불린다. 전반기에서 드러난 팀의 결점을 보강하거나 부상자로 빠진 포지션을 메우거나하는 전력을 ‘수복’하는 시즌에서 유일한 기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대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주로 잔류를 다투며 싸우는 하위팀. 빅클럽이 겨울의 메르카토에서 주역이 된다고 한다면 그것은 전반기에서 심각한 문제를 안으며 적지 않은 곤란에 빠져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순조로운 시즌을 보내고 있는 클럽에게 있어 겨울의 메르카토는 오히려 출장기회가 적어서 불만을 품고 있는 벤치멤버를 방출하는, 이를테면 ‘인원정리’의 기회로서의 의미를 갖는 편이 강하다. 그런 선수를 데리고 있는 것은 팀 내부의 분위기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방출하는 쪽이 더 나은 일이다. 물론 본인에게 있어서도 출장기회를 얻고 활약할 수 있다면 그쪽이 훨씬 나은 결정이다. 반대로 하위에서 잔류를 다투는 클럽에게 있어서는 그런 선수를 1, 2명 영입하는 것으로 팀의 전력이 비약적으로 높아질 수도 있다. 따라서 겨울의 메르카토에서의 선수들의 움직임은 주로 빅클럽에서 중소클럽으로 향하게 된다.

매스컴은 신문을 매일 판매해야하기 때문에 빅클럽에 관해서도 뭔가 화제가 될 만한 소식을 써내지만 대부분은 그 출처도 정확하지 않은 소문에 불과하다. 출처가 명확한 경우에도 클럽이 아닌 선수를 움직이고 싶어 하는 에이전트가 근원이 되는 경우가 훨씬 많을 것이다.

톱팀을 구성하는 25인 전후의 선수들 속에서 주로 꾸준하게 출장기회를 얻는 선수는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1경기에서 뛸 수 있는 선수의 수는 규정상 스타팅 11명에 추가로 교체멤버 3명의 최대 14명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모든 선수에게 균등하게 출장기회를 배분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시즌이 진행됨에 따라 팀 내부에서도 출장기회가 많고 적은 차는 확실히 눈에 보이게 된다.

겨울의 메르카토에서는 특히 출장기회가 적은 선수가 매스컴으로부터 클로즈업되지만 이런 시기에 한정되지 않고, 그들을 어떻게 다루고 팀 전체의 결속과 모티베이션을 유지하는가는 감독의 일중에서 기술․전술적인 측면과 같을 정도로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선수층을 두텁게 하는 것의 문제점

내가 현역이었던 시절 세리에A의 클럽은 밀란과 유벤투스 같은 빅클럽이더라도 톱팀은 16~17명(그중 GK는 2명)으로 구성되는 것이 보통이었다. 대부분의 포지션에서 주전이 정해져있고 교체선수는 벤치에 들어가는 것이 허용되는 인원수뿐. 만약 부상자가 발생할 경우에는 프리마베라(19세 이하의 유스팀)에서 선수를 보충해서 그럭저럭 꾸려나가는 것이 당연했었다.

그것이 바뀌게 된 것은 90년대 초반 카펠로감독의 밀란이 세리에A와 챔피언스컵이라는 2개의 타이틀을 얻기 위해 2개 팀 이상의 선수를 보유하며 선수층을 두텁게 만드는 ‘판키나 룽가(긴 벤치)’라는 방식을 채용했기 때문이다. 이 방식은 서서히 다른 빅클럽에도 침투했고 UEFA클럽대항전(특히 CL)의 경기수가 대폭적으로 늘어난 최근에는 어떤 빅클럽이라도 30명에 가까운 선수를 보유하게 되었다. 게다가 그 대부분은 세리에A 중위이하의 클럽이라면 어디든 당당하게 주전을 차지할 수 있는 레벨의 선수다.

이것에 맞춰 감독의 일 가운데 팀매니지먼트의 측면이 갖는 중요성은 매우 높아졌고 팀 안에서는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는 선수가 과반수, 자칫하면 6할 이상을 점유하게 되었다. 결코 만족하지 못하는 그들에게 항상 동기를 부여하면서 팀 전체의 결속을 유지하고 하나의 그룹으로 뭉치게 만드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결코 승리를 손에 넣을 수 없다는 것도 우리들 감독이 직면한 엄연한 사실인 것이다.

나는 이전부터 1팀의 이상적인 인원수는 필드플레이어 20명, 골키퍼 3명, 합계 23명이라고 생각해왔다. 그것은 매일의 연습을 어떻게 프로그램화하고 운영할 것인가라는, 감독의 일 중에서 가장 기본적인 부분과 깊게 관여되어 있다.

피지컬트레이닝을 제외하고 흔히 말하는 “볼을 사용한 연습”에는 아무리 많아도 1번에 22명(필드플레이어는 20명)밖에 참가할 수밖에 없다. 1팀을 12명 이상으로 구성해서 트레이닝 하는 것에는 아무런 의미도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23명 이상의 필드플레이어를 보유하고 있는 경우에는 연습 도중에 가장 중요한 전술트레이닝과 경기형식의 연습에 있어 남는 선수가 생기게 된다. 당연히 이들을 위해 별도의 트레이닝메뉴를 편성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 사태는 감독에게도 선수에게도 분명히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다 줄 것임에 틀림없다. 감독에 있어 연습이란 자신이 구상하고 있는 축구를 팀에 전달하고 공유시키기 위한 무대다. 그 목적은 팀 전원이 감독의 구상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그것을 수행하면 승리할 수 있다는 확신을 집단이 갖게 되는 것에 있다. 그것을 위해 매일 다양한 트레이닝메뉴를 편성해서 실시하는 것이다. 하지만 인원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팀 “전원”에게 감독이 구상하는 축구를 침투시키는 것은 곤란해진다. 물리적인 시간의 문제는 물론이거니와 다음에 다루게 될 심리적인 장애도 생겨나기 때문이다.

실제로 선수의 입장에서 본다면 부상당하지도 않았는데 별도의 메뉴로 연습할 것을 강요받는 것만큼 굴욕적이고 싫은 일은 없다. 하지만 인원수가 많은 이상 결과적으로 빈번하게 이 “20인”에서 튕겨지는 선수가 나오는 것은 피할 수 없다. 그리고 그렇게 되었을 때 그들의 모티베이션이 내려가거나 감독(과 그가 구상하는 축구)에 대해 불만을 품게 되거나하는 것은 인간으로서 당연한 반응이라고 말할 수 있다.

매일 하나의 그룹으로서 긴 시간을 함께 보내고 있는 팀 안에는 아무리 1, 2명이더라도 개인의 불만과 반발심은 주변의 선수들에게도 쉽게 “전염”되는 것이다. 그것이 팀의 결속과 집단으로서의 모티베이션에 주는 마이너스 영향은 상상하는 것보다도 훨씬 큰 것이다.

감독이 이 상황에 대처하는데 있어 중요한 것은 팀 안에는 불만을 품고 있는 선수도 있는 게 당연하다, 라는 전제에 서는 것이다. 경기에 나가고 있는 선수보다도 오히려 나가지 못하는 선수에게 보다 주의를 기울이고, 신경 쓰고, 대화하는 것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매일의 연습 내용이다. 경기에 나갈 수 있는 것은 11명(플러스 3명)뿐이기 때문에 남은 선수들의 모티베이션을 높게 유지시키기 위한 기회는 매일의 연습밖에 없다. 출장기회가 적은 선수들에게도 팀의 일원으로서의 참가의식을 갖게 하고 경기에 나가고 있는 선수와 마찬가지로 높은 모티베이션을 계속 부여하는 것은 매일 있는 연습에서 가장 우선순위가 높은 항목 중 하나가 되고 있다.

따라서 스텝과 트레이닝 메뉴를 생각할 때도 경기에 나가지 못하는 선수들을 어떻게 적극적으로 연습에 끌어들일 것인가를 항상 의식하면서 프로그램을 짜게 된다. 예를 들면, 하루에 실시되는 개별 트레이닝메뉴에 대해 각각 누구를 넣을지 누구를 제외할지 같은 것까지 대체적으로는 사전에 결정해두려고한다. 그럴 때는 특정 선수만을 “20명”에서 제외하지 않고 출장기회가 적은 선수를 연습의 “주역”으로 삼는 것에도 신경을 쓴다.

하지만 이렇게 큰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는 팀이 보유하고 있는 선수가 너무 많다는 점에 있다. 확실히, 30명에 가까운 선수를 보유한다면 부상자가 속출하는 예측하지 못한 사태에 대해서도 초조해지지 않고 끝낼 수 있는 플러스면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나는 지금까지 봐왔던 것처럼 마이너스의 측면은 그것을 상회할 정도로 큰 것이라고 생각한다.

팀 내부에는 출장기회가 적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팀에 있어 중요한 존재라는 것을 이해하고 항상 100%의 에너지를 발휘하며 매일의 트레이닝에 참여하는 선수도 있지만 확실하게 불만을 안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선수도 있다. 하지만 반복해서 말하지만 그것은 1명의 인간으로서 당연한 것이며 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것이 모든 빅클럽이 직면하고 있는 현실인 이상 그것을 받아들이고 최선을 다하는 것 또한 감독에게 있어 중요한 일인 것이다.


테크니컬스텝과의 콜라보레이션

테크니컬스텝의 인원수와 역할

매일의 연습을 편성하고 준비하고 실시함과 동시에 다음 경기에서 싸울 상대를 연구하고 기용할 선수를 선택해서 전술을 준비한다. 감독의 일은 이 프로세스의 반복이다. 그 사무량은 결코 적지 않다. 모든 것을 혼자서 운영해 나가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다양한 형태로 서포트해주는 테크니컬스텝의 존재가 불가결하다. 감독의 일이란 실은 공동작업, 팀워크라는 측면이 매우 강한 것이다.

테크니컬스텝의 인원수와 역할도 내가 프로로서 플레이를 시작했던 1970년대 말과 비교하면 크게 변화했다. 당시 팀을 이끄는 테크니컬스텝의 최소단위는 2명이었다. 1명은 물론 감독. 또 한명은 수석코치(어시스턴트코치)를 겸한 GK코치다.

GK는 매일 반드시 팀(필드플레이어)과 다르게 전문 트레이닝을 실시하기 때문에 최소한 2명이 아니면 매일의 연습은 운영할 수 없다. 당시에는 1팀의 인원수가 17~18명인데다 피지컬코치라는 존재도 아직 일반적이 아니었기 때문에 세리에A의 클럽에서도 이런 2명이나 많아봐야 감독+수석코치+GK코치 3명으로 테크니컬스텝을 구성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 이후 80년대에 들어와서 여기에 피지컬코치가 추가되게 되었다. 선수의 운동선수로서의 능력을 유지하고 높이는 것을 주 업무로 삼는 그들은 축구가 아닌 육상경기 출신자가 많다. 이것은 육상경기를 시작으로 하는 개인스포츠 쪽이 스포츠과학의 연구와 적용이 보다 진보되었기 때문이었다. 당초에는 조언자적인 역할에 불과했지만 1990년대 이후에는 축구 그 자체가 스피드업 할 것을 요구받으며 운동량이 늘어나고 추가로 경기수도 증가 일로를 걷게 되며 피로회복 및 컨디션유지가 불가결한 문제가 된 것도 있었기 때문에 차츰차츰 테크니컬스텝 가운데서도 중요한 위치를 점하게 되었다.

경기수의 증가에 따라 팀이 보유하는 선수의 수가 20년 전의 17~18명에서 30명에 가까울 정도로 증가한 현재는 연습 중에 팀(필드플레이어)을 복수의 그룹으로 나누는 일도 드문 일은 아니게 되었다. 그 때문에 GK코치가 수석코치를 겸임하는 일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졌고 추가로 피지컬코치도 어시스턴트를 필요로 하게 되었다.

그런 결과 현재 세리에A, B의 클럽에서 테크니컬스텝의 최소단위는 감독, 수석코치, GK코치, 피지컬코치 4명이 되었다. 실제로는 수석코치에 추가로 또 한명의 어시스턴트코치, 그리고 피지컬코치의 어시스턴트 등이 스텝이 추가되는 일도 적지 않다. 이 4, 5명 많을 경우에는 6, 7명의 테크니컬스텝을 묶어 매일의 연습을 운영해나가는 것이 감독에게도 요구받게 되었던 것이다.


수석코치에게 요구되는 밸런스감각

그들 테크니컬스텝이란 매일 매우 세세한 커뮤니케이션을 주고받으면서 일을 추진해나갈 필요가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이 경기의 다음날(월요일이 오프일 경우에는 화요일)의 연습 전에 실시되는 미팅이다. 여기서는 우선 경기의 내용, 반성점, 수정해야할 체크포인트에 대해 스텝과 대화를 나눈 뒤 1주일간의 스케줄과 대략적인 프로그램을 정한다.

연습전후의 미팅은 물론 매일 실시된다. 연습 1시간 전에 모여서 우선 팀닥터와 피지컬코치에게서 각 선수의 컨디션에 대해 보고를 받는다. 연습에 몇 명 참가시킬지 몇 명이 별도의 메뉴로 트레이닝을 소화할지가 확정되고 나서 구체적인 연습메뉴를 결정하고 그 준비에 돌입한다. 연습 후에는 그날의 연습내용의 반성과 체크를 30분정도 실시한다.

이런 매일의 콜라보레이션 속에서 가장 긴 시간을 함께 공유하는 중요한 파트너가 수석코치라는 것은 말할 것 까지도 없다. 연습장의 피치위에서 어시스턴트로서 일해 주는 것은 물론 연습의 프로그램 만들기와 내용의 평가, 추가로는 다음 경기를 대비한 상대의 연구부터 전술적 암시까지 모든 면에서 감독의 일을 돕는, 문자 그대로 오른팔이라고 해야 할 존재다. 감독의 철학 및 축구관을 이해·공유하고 항상 적절한 서포트를 해줄 것을 요구받는다.

수석코치의 일중에서 매우 중요한 것이 선수와 감독간의 쿠션역할이 되는 것. 팀 내부에서 감독은 절대적인 권력을 가진 톱이며 필연적으로 선수와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위에 선 입장에서 대하게된다. 감독과 선수와의 관계란 본질적으로 명령하는 자와 그것에 따르는 자의 관계이며 또 그것을 지키지 않으면 안 된다. 서로에게 가벼운 농담을 주고받는 일은 잇더라도 속마음이나 진심을 토로하는 일 같은 건 있을 수 없는 프로페셔널한 관계다.

한편 팀 내부에서 수석코치의 입장과 역할은 이것과는 확실히 다른 것이다. 수석코치에게 요구되는 것은 감독과 선수의 그것과 비교하면 훨씬 친밀한 관계를 선수들과의 사이에서 구축하고 이를테면 무엇이든 상담할 수 있는 형님뻘 되는 존재가 되는 것. 선수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감독에게는 털어놓을 수 없는 불만과 의견을 털어놓을 수 있는 신뢰할 수 있는 상담상대가 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는 선수, 좀처럼 기회를 부여받지 못하는 선수가 감독에게 불만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그것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그것을 마음에 품고서 불만을 키우는 일이 없도록 잘 발산시킬 기회와 상대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 수석코치의 일중 하나는 확실히 그러한 것이다.

이런 종류의 신뢰를 선수들로부터 얻기 위해서는 선수들의 목소리를 그대로 감독에게 빠짐없이 전달할 뿐만 아니라 취사선택해서 건설적인 요소만을 전달하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수석코치에게는 양자의 사이에 껴있으면서도 팀 전체의 이익이라는 관점에 서서 상황을 잘 컨트롤해나가는 재능과 밸런스감각이 요구된다.

나도 이탈리아대표에서 사키의 수석코치를 맡고 있을 때는 그것이 큰 일중 하나였다. 당시 나는 현역을 막 은퇴했었고 대표선수 중에는 팀메이트로서 함께 뛰었던 동료도 적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는 유익했었다. 그들에게 있어 나는 사키보다도 훨씬 가까운 존재였기 때문에 불만과 푸념을 싫을 정도로 들었던 것이다.


새로운 시도

통상 테크니컬스텝 중에서도 수석코치와 GK코치는 감독의 파트너로서 소속팀이 달라지더라도 행동을 함께하는 일이 많다. 감독 혼자서 매일의 연습을 운영하나가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이상 감독의 철학 및 방식을 이해하고 공유하며 다양한 서포터를 해줄 수 있는 파트너는 불가결한 존재라고 말해도 좋다.

나같은 경우에도 오랜 시간동안 같은 스텝과 행동을 함께해왔다. 95-96시즌에 이탈리아대표수석코치를 사임하고 레지아나(당시 세리에B)의 감독으로 취임했을 때 수석코치 겸 GK코치로 불러들였던 조르지오 챠스키니는 그 이후 파르마, 유벤투스까지 합계 6년에 걸쳐 내 오른팔이 되었고 밀란에서도 테크니컬스텝의 일원으로 서포트해 줬다. 96-97시즌에 파르마로 옮기고 나서는 이탈리아에서도 손꼽히는 GK코치인 빌리엄 베키가 스텝으로 가세했고 챠스키니는 수석코치에 전념하는 체제가 되었다. 베키는 파르마에서 2년, 유베에서 2년 반 그리고 밀란에서 7년 반 동안 내 GK코치를 맡았고 감독이 레오나르두로 교체된 지금도 그대로 밀란에 남아있다. 02-03시즌부터 밀란에서 수석코치를 맡아줬던 마우로 타소티(현역시절의 팀메이트이기도 했었다)도 마찬가지로 종래대로 자리에 남았다.

감독이 교체되더라도 테크니컬스텝이 그대로 남는다는 것은 이탈리아에서는 그다지 예를 찾아볼 수 없다. 다만 베키와 타소티는 현역시절을 밀란에서 함께 보냈고 지금은 코치로서 같은 클럽에서 일하고 있는, 말하자면 가족의 일원이다. 내가 햇수로 8시즌이라는 예외적으로 긴 시간동안 밀란의 감독을 맡게 되었던 것도 역시 가족의 일원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금은 후임 레오나르두도 클럽의 프런트에서 내부승격. 8시즌이나 한 클럽에 뿌리를 내리고 일해온 그들이 새로운 감독의 아래에서도 계속해서 그 자리에 남아있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수석코치, GK코치가 클럽에 남는 것은 드문 예지만 피지컬코치에 관해서는 사정이 다르다. 이것은 감독이 교체될 때마다 피지컬코치가 교체된다면 피지컬컨디셔닝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피지컬트레이닝에 관해서도 독자적인 방식을 갖고 있고 어떤 클럽에 가더라도 자신의 방식을 고수하려는 감독도 있다. 그런 경우에는 피지컬코치도 항상 감독과 행동을 함께하게 된다.

하지만 지금 첼시의 감독으로 취임한 내 경우에는 그것과는 정반대이며 테크니컬스텝의 거의 대부분을 전 감독인 거스 히딩크에게서 물려받는 방식을 택했다. 이런 형태가 된 것은 절반은 형편에 맞춘 것이고 반절은 클럽의 의향이기 때문이다. 오퍼를 받아들인 당초에는 아직 첼시의 현 상황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했던 점도 있어서 이탈리아에서 스텝을 데려가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적어도 수석코치와 피지컬코치는 데려갈 생각이었다. 수석코치에 관해서는 밀란에서 함께했던 마우로 타소티나 필리포 갈리가 후보였다.

하지만 첼시와 구체적인 스텝의 구성에 대해 논의하면서 히딩크시절의 테크니컬 팀이 매우 잘 기능하고 있었던 점, 클럽이 그 스텝을 유지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을 알았고 그런 한편으로는 타소티도 갈리도 밀란과의 계약을 해지하고 나와 행동을 함께하는 것이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전달해왔다. 그런 사정이 겹치며 최종적으로는 히딩크시절부터의 멤버로 스텝을 꾸리게 되었던 것이다.

어시스턴트코치는 현역시절에 첼시에서 뛰었고 그 이후 지안루카 비알리의 아래에서 코치를 맡았던 경험도 가진 레이 윌킨스와 유스코치에서 커리어업한 폴 클레멘트. 그들은 함께 내 파트너로서 경기의 분석에서 트레이닝메뉴의 작성과 준비, 매일 실시하는 연습의 원활한 운영까지를 담당해줬다. 이탈리아에는 수석코치라는 직책이 있어서 감독과 라커룸의 연결고리 같은 역할을 맡는 일이 많지만 이곳에서는 2명중 어느 한쪽이 그런 역할을 맡는 것이 아닌 나도 포함한 3명이 팀으로서 매일의 업무를 운영하는 형태가 되었다. 특히 역할 및 담당분야를 나누는 일 같은 건 하지 않았다. 당초에는 팀과의 연결고리로서 현역에서 막 은퇴한 맹우 파올로 말디니를 불러들이는 것도 생각했었지만 파올로 본인에게 당장은 현장에서 떠나 휴식을 취하고 싶다는 의지가 강했기 때문에 실현에는 이르지 못했다.

GK코치 크리스토프 로리슨은 프랑스의 렌에서 페르트 체흐를 성장시킨 코치. GK는 특별한 포지션이기 때문에 그의 트레이닝에 관해서는 사실상 모든 것을 그에게 위임했다.

피지컬코치 글렌 드리스콜도 클레멘트와 마찬가지로 유스에서 커리어업시킨 첼시출신의 스텝이다. 밀란도 그랬지만 첼시도 그때그때의 감독에게 좌우되지 않고 클럽출신의 스텝을 양성한다는 멘탈리티를 갖고 있는 클럽이다. 피지컬트레이닝에 관해서는 클럽이 이전부터 쌓아왔던 방식을 기초로 해서 그를 중심으로 한 메뉴를 짜는 방식을 택했다.

첼시는 무리뉴가 감독을 맡았던 시절부터 매일 실시되는 트레이닝, 그리고 경기에서 피지컬적인 부하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해 아카이브화시켰고 그것을 기반으로 해서 트레이닝메뉴를 짜는 방식을 축정해왔다. 그 트레이닝메뉴의 내용도 이탈리아처럼 볼을 사용하지 않고 트레이닝슈즈를 신은 채 실시하는 것은 적었고 볼을 사용한 메뉴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물론 하나하나의 운동은 피지컬적인 부하가 계산되어있다. 매일의 트레이닝메뉴를 짤 때는 드리스콜이 그날에 필요한(혹은 그것 이상으로 실시해서는 안 되는) 부하가 어느 정도인지를 우리에게 전달해서 그것을 기초로 해서 함께 상담하며 메뉴를 결정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봐왔던 것처럼 지금 나는 첼시가 클럽으로서 축적해온 인재와 방식을 받아들여 감독으로서의 매일의 업무를 짜는 새로운 방식으로 임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매일의 트레이닝은 밀란 시절과 비교해서 시간이 짧지만 그만큼 인텐시티가 높아졌다. 이것은 피지컬 운동도 볼을 사용해서 실시하기 때문에 기술·전술연습의 요소도 동시에 포함시키게 된 것도 관련되어있다. 연습메뉴에 관해 말해보면 달라진 것은 특히 피지컬부분이며 전술트레이닝에 관해서는 내가 오랫동안 쌓아왔던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밀란이 그랬던 것처럼 첼시도 지금까지 클럽으로서 축적해온 유형과 무형의 리소스가 있고 이어받아온 방식이 있다. 그것을 전면적으로 배제하고 자신의 방식을 반입하기보다도 그것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감독인 내 구상과 방식을 융합시키는 쪽이 매일의 일이 보다 풍부하고 많은 소득을 얻을 수 있게 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출처 : 카를로 안첼로티의 전술노트(카를로 안첼로티 with 片野 道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