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론8. 캡틴(CAPITANO)
인격과 프로정신
피치위의 포지션은 아니지만 주장이라고하는 역할에 대해서도 다뤄보도록하자.
프로축구팀에 있어서 주장의 역할이란 한마디로 말하자면 팀 선수전원의 대표자다. 팀을 통솔해서 전체의 총의를 모아 필요하다면 결단을 내리고 또한 팀의 대표로서 감독과 클럽과의 대화 및 교섭에 임한다. 피치위에서는 심판과 대화를 나누는일이 허용되는 유일한 선수이기도하다.
추가로 주장은 스스로 모범이되서 프로로서 이 클럽과 팀의 일원으로서 어떻게 행동해야하는가를 팀 전원에게 보여준다라는 역할을 맡고있기도하다. 그의 태도와 발언은 다른 선수들에게 지지받고 또한 존중받지않으면안된다. 이러한 역할을 맡기위해서는 한명의 인간으로서 팀 전원에게서 존경과 신뢰를 얻는것이 불가결하다. 그런 의미에서 주장은 팀안에서 가장 강한 개성과 구심력을 갖춘 선수라고 말할 수 있을것이다. 아니, 그러한 선수가 주장을 맡아야한다, 라고 말하는쪽이 나을것이다.
주장은 팀의 리더이기도하지만 반드시 언제나 주변의 사기를 북돋워주거나 스스로 선두에 서서 팀을 이끌어갈만한 성격의 소유자일 필요는 없다. 오히려 말보다도 태도로 모범을 보일만한 사람이길 요구받는다. 따라서, 주장에게 요구되는 자질로서 가장 중요한것을 프로로서의 진지함이다. 구체적으로는 겸허함, 자기희생정신, 자신에 대한 엄격함과 향상심, 공정함같은 인간적가치가 그것에 걸맞는다. 리더쉽의 기반이 되는것은 확실히 그러한 부분이기때문이다.
그것과 비교하면 선수로서의 순수한 능력은 비교적 중요성이 낮다. 아무리 우수한 선수라고하더라도 팀메이트에게 있어서 모범이 될만한 존재가 아닌한 주장이라고하는 역할에는 적합하지않다. 물론 주장은 팀안에서 중요한 선수여야하지만 그것은 축구의 기술 및 능력이 아닌 그의 인격에 의한것이다.
따라서 주장은 반드시 절대적인 주전이어야할 필요는 없다. 예를들면 밀란에서는 전통적으로 주장은 클럽에서의 소속년수가 가장 오래된 선수가 연공서열로 맡는다라는 불문율이 있다. 놀랍게도 밀란의 주장은 내가 선수로서 플레이하던 당시(80년대말)부터 감독을 그만두기까지 20년동안 프랑코 바레시와 파올로 말디니 2명밖에 없었다. 말디니는 현역생활중 마지막 몇년은 부동의 주전은 아니었고 그가 출전하지않은 경기에는 다른 선수가 연공서열로 주장완장을 팔에 두르게되었지만 그럼에도 밀란의 주장이 말디니라는것에 변함은 없었다.
내게 있어서 주장의 이미지는 말디니의 그것과 중첩된다. 결코 말수가 많은편은 아니지만 일단 입을 열면 그 말에는 팀 전원이 귀를 기울인다. 피치위에서도 피치바깥에서도 그의 태도는 밀란의 선수는 물론 어떤 축구선수에게 있어서도 모범으로 삼아야할 것이었다. 주장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자질이 인격과 프로정신이라고한다면 이 2가지에 있어서 걸출하지않은 선수는 주장에는 적합하지않다라는것이된다.
통상 하나의 팀안에는 주장을 맡는데 걸맞는 선수가 다수 존재하는것이 보통이다. 그렇다기보다도 그렇지않으면안된다고 말할 수 있다. 강한 개성과 프로정신을 갖춘 선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그 팀은 강한팀임에 틀림없기때문이다. 내가 이끌었던 밀란을 예로 들더라도 말디니는 물론 가투소, 암브로시니, 셰도르프, 카카, 피를로처럼 카피타노에 걸맞는 리더쉽을 갖춘 선수는 많이있었다. 현재의 첼시도 주장은 테리지만 람파드, 드로그바 등 리더쉽이 넘치는 선수가 있다.
그중에서 누가 주장완장을 차는가라는것은 사실 큰 문제는 아니다. 주장이라고하는것은 절대적이자 유일한 리더라는것은 아니고 팀을 대표해서 외부와의 절충을 담당하는 역할정도뿐이기때문이다. 감독의 입장에서 말하자면 주장은 팀과의 공식적인 접점이며 매주 실시되는 트레이닝과 원정스케쥴 작성에 대해 상담한다거나 팀 내부에 문제가 발생했을때 그것을 해결하는데있어 협력을 요구한다거나하는 다양한 장면에서 도움이 되는 신뢰해야할 존재다.
팀내부에서 주장은 모범적으로 행동하는것뿐만아니라 집단으로서의 규율을 유지하는 책임을 맡고있다. 예를들면 연습에 지각한다거나 집단의 일원으로서 부적절한 행동이 있을경우 어떻게 할것인가같은 규칙을 정하고 그것을 자주적으로 운영하는 일을 나는 주장에게 일임하고있다. 물론 주장이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가 발생했을때는 현장의 최고책임자인 감독, 즉 내가 대처하지만 팀의 규울에 관해서는 원칙적으로 주장에 의한 자율관리를 기본으로 하고있다.
주장의 임명도 감독이 직접하는것이 아닌 팀의 선수들에 의한 선출이 바람직하다라는것이 내 생각이다. 주장은 무엇보다도 선수들로부터 자신들의 대표자로서 인정받고 받아들여지지않으면 안된다. 그러려면 선수들 본인이 납득해서 뽑는것이 가장 낫다.
주장과 감독의 차이
내가 지금까지 이끌어왔던 팀의 주장은 파르마에서는 안토니오 베나리보, 유벤투스에서는 안토니오 콘테, 밀란에서는 파올로 말디니. 이 3명뿐이다. 베나리보는 외향적인 성격이며 약간 가벼운감이 있지만 프로로서의 태도를 포함해서 주장에 맞는 타입은 아니었다. 하지만 파르마에 오랫동안 소속되어있었던것도 있어서 선수들의 선거로 뽑혔다. 결과적으로는 주장으로 선출되었던것이 그에게 큰 책임감을 심어줬고 인간적으로도 크게 성장했다. 타고난 주장은 아니었지만 최종적으로는 좋은 주장이 되었다. 콘테는 강한 개성을 갖고있고 말보다도 행동으로 모범을 보여주는 타입이다. 그가 매일 연습에서 보여주는 대처, 축구에 대한 열정은 누구에게나 모범이 되는것이었다. 말디니에 대해서는 재차 언급할 필요도 없을것이다.
선수시절에 가졌던 주장은 세리에A에서 13년간의 커리어동안 2명뿐이었다. 로마에서는 아고스티노 디 바르톨로메이, 밀란에서는 프랑코 바레시. 2명 모두 어떤 성향이었는지에 대해 말해보자면 내향적인 성격으로 선두에 서서 팀을 이끄는 타입은 전혀 아니었지만 스스로 모범을 보이는 존경해야할 주장이었다. 로마시절 디 바르톨로메이가 이적하며 팀을 떠난뒤에 신임 에릭손감독에게서 지명받으며 1시즌만 주장을 맡았던적이 있다. 그것에 대해 특별한 추억은 없지만 리더로서 감독과 팀메이트에게 인정받는것이 기뻤고 노력했던것을 기억하고 있다.
주장에게 요구되는 자질은 감독에게 요구되는 자질과 공통되는것일까? 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나는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라고 답하고 싶다. 감독에게 요구되는 자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커뮤니케이션능력이고 이것은 주장에게 있어서는 필수적인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반복해서 말하지만 주장은 무엇보다도 스스로의 행동으로 팀메이트의 경의를 모으고 모범을 보여야하는 존재다. 하지만 감독은 자신의 생각을 말로 설명하고, 전달하고, 이해시키고 그리고 실행시키는 것이 임무다. 따라서 우수한 주장이 언제나 우수한 감독이 될수있다고는 말할 수 없다. 다만 그 반대는 들어맞을지도 모른다. 주장에게 불가결한 리더쉽, 강한 개성은 감독에게 있어서도 불가결한 것이기 때문이다.
호셉 과르디올라는 바르셀로나의 주장이었지만 그가 현재 감독으로 성공가도를 달리고있는 것이 반드시 그것과 관계가 있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오랫동안 바르셀로나에 있어서 클럽의 환경을 숙지하고있는 것은 큰 어드밴티지라고 생각하지만 그것 이외에 주장이었던것과 감독으로서의 성공을 결부할만한 재료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주장으로서의 자질을 평가하기위해서는 일상적으로 접근해서 그의 성격과 인간성, 개성을 가까이에서 관찰하는 것이 불가결하다. 그렇지않은채 평가를 내리는 것은 어렵다, 라기보다도 불가능하다. 내가 코멘트로 남길 수 있는 것은 감독과 선수라고하는 형태로 관계를 가졌던적이 있는 몇명의 선수에 대한것뿐이다.
유벤투스에서 주장을 맡고있는 알레산드로 델 피에로는 자신의 축구에 대한 대처를 통해 팀메이트에게 모범을 보이는 타입의 주장이다. 선수로서도 톱레벨의 재능을 가졌고 클럽에서 가장 중요한 선수, 반디에라로서 안팎에서 인정받고 있다. 델피에로정도의 존재감을 가진 선수가 프로로서 모범적인 자세를 보여주며 주변을 이끌어가기때문에 리더로서 존경받고 있는 것은 전혀 불가사의한 일이 아닐 것이다. 말디니와 마찬가지로 이상적인 주장의 프로토타입이라고 말해도 좋을거라고 생각한다.
이탈리아대표에서 주장을 맡고있는 파비오 칸나바로는 밝고 강한 성격과 걸출한 개성을 갖추고있으며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 자신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하는 강력함을 가진 양성의 리더다.
안드리 셰브첸코도 우크라이나대표에서는 부동의 주장이다. 팀에서 가장 중요한 선수이며 카리스마성을 갖고 있다. 내 지휘아래에서 플레이했던 선수로서는 카푸도 브라질대표에서 오랫동안 주장을 맡았다. 그도 스스로 선두에 서서 주변의 사기를 북돋우는 타입이 아닌 조심스러운 자세를 유지하면서 스스로 프로로서 모범을 보이는 것으로 리더쉽을 발휘하는 타입이었다.
앞으로 위대한 주장이 될만한 젊은선수가 있냐는 질문에 답하기란 간단하지 않다. 내가 아는 범위에서, 즉 지도했던 선수중에서 말해보자면 카카는 틀림없이 그럴 것이다. 밀란에서는 이미 리더로서 충분한 존재감을 발휘했다. 레알 마드리드에서도 그리 멀지않은 시기에 그러한 존재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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