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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카를로 안첼로티의 전술노트

카를로 안첼로티의 전술노트 ⑧ - 선수론(Chapter 1)

선수론1. 미드필더(CENTROCAMPISTA)


높은레벨의 종합력을 요구받는 포지션

미드필더(이탈리아어로는 첸트로캄피스타)라고 하는 말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확실히 말 그대로 미드필더(피치 중앙=중반)에서 플레이하는 사람이라는 것이 된다.

미드필더 지역은 축구경기에 있어 가장 중요한 무대이며, 볼을 둘러싼 공방의 대부분이 벌어지는 장소다. 중반을 제압하는 것은 경기를 제압한다, 라고 말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곳에서 플레이하는 MF는 오로지 공격을 노리는 FW, 거의 수비전담인 DF와는 다르게 공격과 수비라고 하는 경기의 2가지 국면 양쪽에 적극적으로 관여할 것을 요구받는다.

우수한 FW이기위해서는 스피드 혹은 파워, 그리고 테크닉과 골 감각을 갖추고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우수한 DF이기위해서는 강함, 높이, 속도 같은 강력한 피지컬과 흐름을 읽어내는 능력을 갖추면 충분하다. 하지만, 우수한 MF는 폭넓은 자질과 능력을 높은 레벨에서 겸비한 유니버셜한 선수인 것이 요구된다. 모든 포지션가운데 축구선수로서 가장 높은 완성도를 요구받는 것이 MF인 것이다.

내가 플레이했던 80년대 당시에는 한마디로 MF라고 하더라도 그 역할은 포지션에 따라 꽤 분화되었다. 맨투맨수비가 주류였기 때문에, 중반의 아래에 위치하는 4번에게는 적의 10번을 마크하는 수비적인 역할이 요구되었고, 10번은 반대로 공격형MF로서 FW에게 어시스트를 보내는 일을 자주 했고 수비부담은 가벼웠다. 피치 중앙에서 플레이의 오거나이저로서 기능하는 8번은 만능성이 가장 요구되는 포지션이었다.

나는 파르마의 유스부문에서 10번, 즉 공격형MF로서 육성되었고 21세 때 로마로 이적한 이후에도 중반에서 주로 공격적인 역할을 맡아 플레이했다. 경험을 쌓음과 동시에 서서히 수비기술과 능력을 몸에 익혔고 밀란으로 이적하고 나서는 아래로 내려간 위치에서 수비적인 역할을 맡아서 뛰게 되었지만 비중의 차이는 그것, 언제나 공격과 수비 2가지 국면을 소화하는 것을 요구받아왔다. 그것이 MF라고 하는 포지션에 요구되는 능력이었기 때문이다.


위대한 MF라고 부를 수 있는 재능

여기서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MF상을 그려보고자 한다. 어떤 형용사도 붙지 않은 가장 일반적인 호칭으로서의미드필더다.

무엇보다도 우선 필요한 것은 넓은 시야와 플레이의 전개를 정확히 읽어낼 수 있는 우수한 전술안이다. 공격과 수비 어느 한쪽의 국면에서든 다음 플레이를 정확히 예측해서 볼보다 먼저 움직이는 것이 요구된다. 수비의 국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포지셔닝, 공격의 국면에서는 정확한 플레이의 선택. 모두 기술이 아닌 전술의 영역에 속한 사항이다. 높은 볼스킬이 있느냐 없느냐는 그만큼 중요하지는 않다. 중요한 것은 플레이의 선택을 실수하지 않는 것. MF는 발보다도 머리 쪽이 중요한 포지션인 것이다. 피지컬 면에서는 90분 내내 끊임없이 움직이는 다이나미즘과 지구력을 갖추지 않으면 안 된다. 멘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투쟁심이다. 추가로, 정확한 단거리용 패스워크, 그리고 가능하다면 롱패스, 이것들 모두를 높은 레벨로 갖춘 선수야말로 이상적인 MF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을 갖고 세계를 둘러봤을 때 위대한 MF라고 부를 수 있는 선수는 실제로 그렇게 많은 것은 아니다. 모든 것을 높은 레벨로 갖춘 유니버셜하며 완성도 높은 선수는 이전보다도 적어졌다. 그렇게 될 가능성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기회를 얻지 못했던 선수로서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이 밀란에서 뛰고 있는 데이비드 베컴이다. 그렇게 말하는 것이 의외라고 생각될지도 모르겠지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데뷔했던 당시의 베컴은, 길고 짧은 패스워크, 전술안, 다이나미즘, 투쟁심이라는, 자질적으로 보면 위대한 MF에게 요구되는 요소를 충분히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오른쪽측면에 고정되서 기용되며 플레이스타일도 그것에 맞춰 다듬어졌기 때문에 모든 자질을 개화시킬 기회가 없어져버렸다.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하고 나서는 미드필더 중앙에서도 플레이했지만 즉시 결과를 요구하지 않고 강한 인내심을 갖고 단련하면서 기용했더라면 새로운 경지를 열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내가 지휘하던 밀란에서 플레이했던 반년동안(2008-09시즌 후반기) 공수에서 안정된 퍼포먼스에도 재차 그렇게 생각할 정도의 것이 있었다. 유감스럽게도 피지컬 면에서의 연령적인 노쇠화는 감출 수 없지만…….

같은 잉글랜드 출신의 선수이자 현재 커리어의 절정기를 맞이한 위대한 MF로서는, 프랑크 람파드(첼시), 스티븐 제라드(리버풀)라는 2명의 이름이 즉시 머릿속에 떠오른다.

람파드의 최대 장점은 다이나미즘과 공격력이다. 공격의 국면에서는 오프 더 볼 상황에서 자주 다이나믹하게 전선으로 침투해서 마무리로 연결한다. 5, 6년이나 계속해서 시즌 2자릿수득점을 기록하고 있는 MF는 전 세계로 범위를 확대해서 말해도 그 이외에는 없다. 수비의 국면에서도 그 운동량을 살려서 피치의 넓은 공간을 커버하며 정확한 포지셔닝으로 상대에게서 공간을 빼앗는다.

그런 람파드보다도 한층 더 완성도가 높은 축구선수가 제라드다. 현재 세계 No.1 MF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그의 이름을 거론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우선 걸출한 다이나미즘과 투쟁심, 그리고 리더십의 소유자인 점. 그리고 공격의 국면에서는 낮은 위치에서 길고 짧은 패스를 구사해서 공격을 풀어나갈 정도의 넓은 시야와 기술, 전선으로 침투해서 마무리로 연결하는 골과 어시스트를 해줄 능력 양쪽을 갖추고 있는 점.

제라드가 람파드를 상회하는 것은 넓은 시야와 전술안, 특히 플레이의 선택과 타이밍의 감각이다. 공격을 풀어나가는데 있어서는, 정확한 패스뿐만 아니라 정확한 타이밍에 볼을 움직여서 팀의 움직임에 리듬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제라드는 그것이 최대 장점인 것은 아니지만 이 점에 관해서도 걸출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 피치의 중앙에서 플레이해야 본 실력을 발휘하는 선수다. 하지만 최근에는 보다 공격적인 트레콰르티스타 포지션에서 기용되고있고 플레이스타일이 람파드에 가까워졌다. 플레이스타일이라는 것은 감독이 팀 안에서 어떤 포지션과 임무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적지 않게 변화하는 것이다.

마무리보다도 빌드업 국면에서 능력을 발휘하는 것이 레알 마드리드에서 플레이하는 사비 알론소. 공격의 빌드업을 시작하는 전술적인 측면으로 제한하면 유럽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 하지만 공수 양쪽국면 모두 다이나미즘이 결여되어있다는 점이 결점이다. 피치위에서 커버하는 범위는 먼저 거론했던 2명과 비교하면 꽤 제한된다.

사비 알론소와 같은 스페인대표의 세스크 파브레가스(아스날)는 세계최고의 MF가 될 가능성을 감춘 재능이다. 테크닉과 센스에 관해서는 지금까지 거론했던 누구보다도 높은 레벨이다. 트레콰르티스타에 가까운 공격적인 포지션에서 드리블을 활용한 공격가담 및 돌파로 적진 깊숙이 볼을 갖고 들어가서 그곳에서 스루패스 및 콤비네이션으로 결정적인 기회를 만들어낸다. 수비의 국면에서도 높은 공격력과의 균형이라는 점에서 말하자면 충분이상의 공헌을 보여주고 있다. MF라고 하는 포지션은 재능이상으로 경험이 차지하는 부분이 많은 포지션이다. 앞으로 한층 더 커리어를 쌓아서 다양한 상황에 조우해서 그것을 뛰어넘는 가운데 전술적 감각도 더 다듬어져서 피지컬, 멘탈도 강력해질 것이다.

또 한명, 스페인이 보유한 위대한 재능이 안드레스 이니에스타(바르셀로나)다. 체격적으로 빈약한 점은 큰 한계지만, 정확한 패스와 높은 기술을 살린 드리블돌파를 정확하게 나눠서 사용하는 찬스메이크는 파브레가스를 뛰어넘는 레벨이다. 운동량도 많고, 마무리 장면에서도 좋은 타이밍에 가담하며 결정적인 스루패스 및 위험한 중거리 슛을 쏜다. 체격이 체격인 만큼 수비력에는 한계가 있지만 컨택트플레이의 약점은 전술적 지능으로 보완하는 것이 가능하다. 종합적으로 봐서 세계최고의 MF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이니에스타와 거의 닮은 특징을 갖고 있는 것이 같은 바르셀로나의 사비 에르난데스. 하지만 이니에스타와 비교하면 다이나미즘이 떨어지며 또 공격의 최종국면에서의 공헌도도 낮다. 하지만 그만큼 매우 정확한 길고 짧은 패스워크로 공격을 풀어나가며 안정된 볼포제션을 팀에 가져다준다. 게임메이커적인 성격이 보다 강한 MF이다.

이탈리아로 눈을 돌리면 대표적인 MF로는 밀란의 안드레아 피를로와 젠나로 가투소, 로마의 다니엘레 데 로시의 이름을 들 수 있다.

제라드를 정점으로 두고 MF의 높은 완성도를 본다면 그 뒤를 잇는 한명이 밀란의 안드레아 피를로다.「형용사 없는 MF」로서 본다면 수비의 국면전체, 다이나미즘, 투쟁심 등에 있어서는 부족함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단 공격의 빌드업이라는 점에 관해서는 두말할 나위 없이 세계 No.1이다. 넓은 시야, 전술안, 플레이 선택의 정확함, 길고 짧은 패스워크, 어시스트능력. 만능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중만에서 결정적인 일을 해내며 팀에 승리를 가져다줄 힘을 갖고있다는 점에서 위대한 MF라고 부르는 것에 나는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피를로의 대단함은 중반에서의 볼포제션을 한순간에 결정적인 기회로 바꿔버리는 능력에 있다. 자기진영에서 결정적인 라스트패스로 마무리 장면을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한 선수는 전세계에서 피를로 이외에는 찾아볼 수가 없다. 수비도 이전과 비교하면 큰 진보를 보여줬다. 물론 가투소의 운동량과 투쟁심은 갖지 못했지만, 정확한 포지셔닝으로 적의 공격의 선택지를 제한하고, 흐름을 날카롭게 읽어내서 패스를 차단한다. 적어도 큰 결점이 없는 충분 이상의 완성도를 갖춘 MF로 성장했다고 말할 수 있다.

가투소는 기술적으로는 지금까지 거론했던 선수 중에서 가장 낮은 레벨에 머무르지만 그의 투쟁심과 자기희생정신, 걸출한 다이나미즘, 수비 국면에 관한 모든 자질과 능력, 그리고 공수 양 측면에서의 전술적 지능은 그것을 보완하고도 남는다. 피를로가 게임메이커로서 세계최고봉이라면 가투소는 틀림없이 세계최고의 수비형MF다.

데 로시는 피를로와 비교하면 뒤처진다고는 해도(뒤처지지 않는 선수는 존재하지 않음), 공격의 빌드업에서 보여주는 전술적 지능은 일등급이다. 추가로 강력한 피지컬과 공격적인 성향, 그리고 강력한 헤딩을 살린 높은 수비력, 추가로는 전선으로 공격해 올라가서 중거리 슛을 쏘는 등 모든 면에서 톱레벨이다. 최근에는 중반의 아래에서 플레이하고 있는 점도 있고 보다 수비적인 임무에 비중을 두고 있지만 공수 양 측면에서 높은 능력을 발휘하는 세계최고의 MF인 것에 의심의 여지는 없다. 개인적인 평가에서 말하자면 제라드, 피를로에 이어 세계 베스트 3에 들어간다.


전술적 지능

지금까지는 형용사 없는「미드필더」를, 축구선수로서 종합력에 초점을 맞춰 검토해왔다. 하지만 물론 한마디로 MF라고해도 부여된 임무, 피치위에서의 포지션에 따라 요구받는 자질과 능력은 달랐고 각각 월드클래스로 평가받는데 적합한 선수도 존재한다.

센트럴MF(보란치)에 대해서는, 주로 수비 국면을 맡는 디펜시브하프(수비형MF. 이탈리아어로는 인콘트리스타), 공격의 빌드업을 맡는 플레이메이커(이탈리아어로는 레지스타), 전선으로 침투해서 개성을 발휘하는 인크루소레(이탈리아어로 침입자의 뜻. 영어로 된 축구용어에 대응하는 단어는 눈에 띄지 않는다)라고 하는 3개의 카테고리를 세우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아웃사이드MF(사이드하프)는, 공격에 비중을 둔 윙, 공수 양 측면을 밸런스 좋게 커버하는 사이드하프로 나누는 것이 가능하다.

수비형MF에게 무엇보다도 우선 요구되는 것은 직접적인 콘택트플레이에 의한 볼탈취력과 넓은 공간을 커버하는 운동량과 스태미너다. 하지만 누구나 갖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정말 중요한 자질은 플레이의 전개를 읽어내서 정확한 포지셔닝을 취하고 언제나 최종라인의 앞공간을 메움과 동시에 공격수에게 가는 패스코스를 차단하는 전술적 지능이다.

이러한 것을 모두 겸비한 평범한 수비형MF와는 확실히 다른 레벨인 선수로서는 가투소에 추가로 마이클 에시앙(첼시), 하비에르 마스체라노(리버풀), 라사나 디아라(레알 마드리드). 전 프랑스대표이자 현재는 파리 생제르맹에서 플레이하는 클로드 마켈렐레도 다이나미즘을 잃었다고는 해도 포지셔닝의 감각에 관해서는 지금도 세계 톱레벨일 것이다.

플레이메이커로는 피를로가 두말할 여지없이 No.1. 이어서 사비 알론소, 사비 에르난데스에 추가로 나는 데 로시도 이 범주에 넣고 싶다. 이 4명이 최고봉일 것이다. 차이를 만들어내는것은 역시 전술적 지능이다. 이 경우는 플레이의 선택과 타이밍 감각이라는 것이다. 플레이의 선택이라는 것은 길고 짧은 패스를 적절히 사용해서 국면을 앞으로 전진시키는 능력. 타이밍의 감각이라는 것은 패스를 받는 상대와의 싱크로니즘이다. 아무리 좋은 코스를 선택하더라도 받는 상대방의 움직임과 타이밍이 어긋나버리면 패스는 성공할 수 없다.

인크루소레에게 요구되는 것은 플레이의 전개를 읽고 오프 더 볼에서 좋은 타이밍에 전선으로 침투하거나 드리블을 활용한 콤비네이션 및 스루패스로 적의 최종라인을 무너뜨리고 자신도 마무리에 가담하는 공격력이다. 월드클래스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람파드, 파브레가스, 이니에스타. 제라드는 이 범주에서도 원 오브 더 베스트에 들어간다.

사이드하프로 이동하면 윙은 크리스티아누 호나우두가 No.1이겠지만 그는 지금 순수한 FW라고 불러도 무방한 포지션에서 플레이하고 있고 이제는 이 범주에 포함시키는 것은 어렵다. 스피드와 드리블돌파력을 무기로 하는 공격적인 윙으로서는 바이에른 뮌헨의 리베리와 로벤, 말루다(첼시), 나니(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같은 이름을 거론할 수 있다. 사이드하프에 관해서는 최근에는 정통파 4-4-2를 채용하는 팀이 적어진 것도 있고 월드클래스라고 부를만한 선수의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 것이 현황이다.

출처 : 카를로 안첼로티의 전술노트(카를로 안첼로티 with 片野 道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