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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축구(Calcio Italiano)/세리에A

나폴리 시민이 본 나폴리


Text by Rika STRANIERI

짐칸에 오늘아침 낚아올린 물고기와 형형색색의 야채, 과일을 실은 삼륜아페가 늘어선 돌계간 길을 그 틈을 누비듯이 나폴리의 팀컬러, 아주리(푸른)의 자동차가 몇대정도 달린다. 룸미러(자동차 실내의 뒤를 보는 거울)에 늘어지듯이 츄쵸(나폴리의 마스코트 로바)가 한들한들 흔들린다. 차내에는 "포쪼" 라베찌의 사진이 프린트된 쿠션과 카바니의 등번호 7의 미니 유니폼이 장식되어있다. 그 옆을 걸어가는 소학생은 나폴리의 로고가 새겨진 가방을 메고있다. 란셀(메는 가방)이 없는 이탈리아에서는 아이들은 제 나름대로 가방을 메지만 남자아이는 대부분이 나폴리의 가방을 선택한다.

나폴리에서 태어나 나폴리를 사랑하는 순수한 나폴리의 아이들에게 있어 태어나서 죽을때까지 축구팀이 나폴리밖에없는것은 당연한 일이다. 3년전에 태어난 딸의 생일에는「천부적인 나폴리팬」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턱받이를 받았다.

피자가게에 배달을 부탁하면 스타디오 산 파올로의 사진위에 거창하게 나폴리의 엠블럼이 프린트된 상자로 배달해준다. 이 상자를 볼때「쫄깃쫄깃한 도우에 모짜렐라와 토마토소스, 바실리코 잎사귀 한장을 얹은 피자 마르게리타를 가장 좋아한다」라고 함식이 라디오에서 말했던것을 기억해낸다.

쇼핑센터의 TV판매장에서는 지금도 마라도나의 다큐멘터리가 방송되고있고 쇼핑객들은 모두 발을 멈춘다. 그리고 남녀노소를 불문하고「케 벨로(정말 멋지다~)」라며 한숨을 내쉰다. 물론, 이 비디오를 보는것이 처음인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만.... 경기가 있는날에는 위성방송이 나오는 TV앞에서 정좌를 하는정도까지는아니지만 그정도의 자세로 가족이 모여있다. 나폴리가 있는 캄파냐주는 이탈리아 안에서도 지상 디지털TV방송이 가장 처음으로 시행된 지역이지만 경기는 유료채널이 아니라 볼수없다. 하지만 골이 들어가면 즉시 알수있다.

내가 나폴리로 이사온지 5년. 딸이 중학교에 입학했을때 모르는 아이들뿐이었기때문에 역시「첫단계의 성공」이 중요할까라고 생각해서 체육을 할때 입는 트레이닝웨어는 나폴리의 오피셜저지를 선택했다. 친구들은「나폴리의 팬이야. 장해!」라며 크게 기뻐한듯했다. 어머니의 작전, 대성공이다.

나폴리인과 빠르게 친해지고싶다고 생각한다면 역시 칼치오의 화제, 그리고 나폴리의 화제를 꺼내는것에 한정한다. 이탈리아의 다른 지역에서는 축구팬이라고 한다면 남성으로 정평이 나있지만 이곳 나폴리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미용실에서 화제가 없으면 나폴리의 이야기를 끄집어내면 좋다. 그러면 순서를 기다리는 부인들까지 의기양양해서 참가한다.

정육점에서도 어물전에서도 채소가게에서도 나폴리가 승리한 다음날은 덤이 붙을 확률이 높다는(생각이 든다). 아저씨들의 발음이 거침없어지는것은 확실하다. 경기 다음날의 신문판매점은(이탈리아에는 신문배달제도가 없기때문에 매일아침 모두 가게로 신문을 사러간다), 특히 용건이 없는 아저씨들로 가득하다.「마짜리의 탓이 아냐. 유로파리그와 세리에A에서 이렇게 연속으로 경기가 있는데 교체요원이 부족한거야」「그런건 매년 있는 문제야. 언제나 회장이 쓰는 돈이 모자란거야」「선수가 부족해. 수비수도 부상자뿐이고」

그런 나폴리토크가 끝나는것을 기다리고있으면 해가 저물어버린다.「신문을 사고싶은데요....」 라고 생각하는 나를 곁눈질로 보면서 젊은 가게주인은「하지만 내가 감독이었더라면 그부분은 이렇게했을거야」라며 손님을 내버려두고 경기에 관한 이야기를 계속한다. 붙잡혀있을수없기때문에 원하는 신문을 손에 들고 돈을 건덴다. 주인은「감사합니다!」라고하는 시선을 일순간이나마 보냈지만 그의 입에서는「주심의 판정도 약간 이상했었어」라며 나폴리토크가 계속된다.


나폴리라고하는 도시에는 명암이 확실한 독특한 분위기가 있다. 일요일 오후 밝은 태양이 빛나는 해변가의 산타루치아거리를 햇볕에 그을린 피부를 노출한 젊은이들이 스쿠터에 2명씩 타고서 질주한다.  뒷좌석에 탄 한명은「Forza Napoli!」라고 쓰여진 현수막을 휘두르고있다. 그들이 향하는곳은 산 파올로일것이다.

나폴리가 세리에C와 B에서 싸웠을때도 팬들은「포르자 나폴리, 셈프레, 오븐쿠에, 에 코믄쿠에」를 슬로건으로 내세웠다.「힘내라 나폴리. 언제, 어디서든, 우선」이라고하는 의미다. 데 라우렌티스회장이 나폴리을 강한 팀으로 만들기위해 필사적인것은 이런 팬들의 정열을 느끼고있기때문이다. 그는 레야감독시절, 연패가 계속되던 시기에 팬들에게 둘러싸여 직접담판을 요구하는 꾸르바의 리더들로부터 연금상태에 처했던적도 있다. 칭찬받을만한 행위는 아니지만 팬들은 언제나「나폴리를 위한 진심 그 자체」였던것이다. 원정경기때마다 빚을내서까지 자신들을 응원하기위해 원정하는 청년들은 자신과 비슷한 연령의 선수들에게 자기자신을 투영시키고있을것이다.

나폴리라고하는 도시는 이탈리아 안에서 여러가지 의미에서 주목받고있다. 외국인들이 이탈리아를 상상했을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것은「푸른 바다와 하늘, 명랑하고 상냥한 사람들, 그리고 맛있는 요리」일것이다. 이 모든것을 갖추고있는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나폴리다. 하지만 쓰레기문제와 마피아, 부패로 얼룩진 이탈리아사회의 어두운면도 나폴리에는 늘 붙어있다.「나폴리인은 간사해서 사기꾼이 많다. 함께 일하는것은 불가능하다」라며 태연하게 잘라말하는 북이탈리아인도 많다. 그때문에 일자리를 구하기위해 북부로 가는사람들중에는 나폴리출신이라는것을 감추는 사람도 있다.

이탈리아와 이탈리아인의 축도가 이곳 나폴리에는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나폴리는 빈부의 차가 심하다. 부유층은「나폴리나 보며 죽어라(평생 고생만 하면서 살지말아라)」 라는것으로 유명한 나폴리해안에 인접한 고지대에서 가난한 사람들을 내려다보고있다. 세계적인 불황은 저소득층을 덮쳤다. 한달에 한 가정이 빠듯하게 먹고살수있을만한 소득수준의 가족과 대학을 나와서도 일자리가 없는 젊은이가 우글우글하다.

빈곤한 생활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오락은 역시 축구다. 경기가 실시되는 90분동안만은 내일 끊어질지도모르는 전기와 어제 직업을 잃어버린 아들을 생각하지않아도된다. 아이들은 고양이만큼 큰 쥐가 달리는 좁은 뒷골목과 주차차량의 사이에서 공을 찬다. 「축구를 잘한다」라고 듣게된다면, 프로팀에서 스카우트받게된다면, 만약 프로선수가 될수있다면.... 지금도 축구를「이 생활에서 벗어날 기회」라고 인식하고있는 아이도 결코 적지않다.

하지만 아무리 심한 역경에 처하더라도 나폴리사람들은 지지않는다. 그들은 역경에 강한것이다. 그리고 나폴리를 떠나서도 나폴리출신인 자신과 자신의 가족과 더럽고 아름다움이 혼재된 나폴리라고하는 도시를 사랑한다. 칼치오 나폴리에 대한 사랑도 나폴리사람들에게 있어서는 그 자체가 고향에 대한 애정이라고 말할수있을것이다. 자신이 나폴리출신이라는 자부심을 그대로 구현화한것이 나폴리라고하는 팀인것이다. 그렇기때문에 나폴리의 선수는 경기에서 열심히 플레이하지않으면안된다.「이쪽은 성실하게 응원하고있기대문에 필사적인 마음으로 하지않으면 곤란해」라고하는 말도 자주 듣고 나폴리사람들에게 있어「나폴리가 이겼다」는것은「살아가는것에 대한 승리」라는것이기도하다.

스쿠데토에 손이 닿지않는다고하더라도 나폴리의 팬들은 변하지않는다. 하지만 강한 나폴리를 눈앞에서 보고있는 지금 팬들의 흥분도는 예년을 훨씬 웃돌고있고 카바니는 신처럼 숭배되고 칭송받고있다. 하지만 역시 선수들 가운데 가장 인기있는것은 80년대 나폴리의 황금시대를 생각나게하는 라베찌다. 그는 나폴리사투리로 말하면 "스쿠니초"(나폴리의 장난스러운 남자아이라는 느낌의 의미) 그 자체. 기술면에서 같다고는 말할수없지만 포쪼가 평소에 보여주는 태도 및 필드에서의 몇몇 모습들은 과거의 마라도나를 방불케한다. 결코 붙임성있는 타입은 아니지만 나폴리사람들 모두가 가끔 보여주는 그의 웃는얼굴을 매우 좋아한다.

이번시즌도 종반에 접어들었지만 나폴리는「어쩌면, 혹시라도」라고하는 상황이다.「나폴리의 거리는 매우 시끌벅쩍하지않나요?」라는 질문을 받았지만 모두 차분하다. 하지만 이것에는 이유가 있다. 미신을 믿는 나폴리사람들은「기대하고 들뜨면 배신당해버려」라는 말을 믿는다. 내가「혹시 우승해버릴지도!」라고 말해버린다면 여성들은 내 입을 막고 남성들은 자신의 사타구니에 손을 갖다댈것이다(그렇게하는것으로 불길한일을 해소하게된다라는듯).

나폴리사람들이 차분하게 상황을 지켜보고있다....라는것은 모두 진심으로 승리를 비는것이다. "폭풍전야의 고요함"속에서 기쁨을 억누르고있는 공기가 전해져온다.「스쿠데토를 들어올리지못한다면 의미가 없잖아!」라고 모두가 생각하고있다. 나폴리사람의 이 소원은 이루어질것인가. 나폴리 전역이 두근두근거리고있다. 포르자 나폴리!


출처 : 월간 칼치오2002 2011년 5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