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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전술 칼럼

UDINESE×AC MILAN - 성숙과 미숙의 콘트라스트

승리를 반은 손 안에 넣었던 우디네세가 막판에 젊음을 미숙함을 드러냈다면 원정팀 밀란은 주력의 다수를 잃었음에도 만만치 않은 모습을 보이며 역전시켜보였다. 세리에A의 상위대결에 걸맞는 볼만한 장면이 충분한 한판이 연출된 것은 승자와 패자의 콘트라스트, 성숙과 미숙의 명암이다.


Roberto ROSSI :


신구 감독의 차이를 보여준 앵커와 트레콰르티스타의 역할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 감독은 취임 첫해에 스쿠데토를 들어올리고 2년차인 이번 시즌은 연패를 시야에 넣고 있다.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에서는 아스날을 4-0이라는 큰 차로 눌렀고 8강 진출이 유력하다.(편집부․주/2차전은 3월 6일). 새로운 사이클을 궤도에 올려놓았다고도 볼 수 있다.

이번에 다루는 것은 AC밀란이 원정에서 우디네세와 맞붙었던 세리에A 23라운드 경기다. 에이스인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와 미드필더의 핵심 마크 반 봄멜을 출장정지로 잃었고, 부상으로 이탈한 선수가 10명이 넘었던 밀란은 비상사태에 빠져 있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야말로 이 팀의 장점과 단점이 드러나게 되었다고도 말할 수 있다. 지난 시즌에 이어 대 건투하며 24라운드를 마친 지금도 세리에A에서 3위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우디네세의 독특하고 완성도가 높은 축구를 포함해 매우 흥미 깊은 시합이 되었다.

밀란의 4-3-1-2는,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의 지휘아래에서 챔피언스리리그를 제패했던 2002-03시즌부터 표준으로 자리잡아왔던 시스템이다. 바리에이션은 트레콰르티스타를 2명으로 늘리는 크리스마스트리형 4-3-2-1 시스템이며 4백과 3명의 중앙 미드필더의 구성은 계속 변하지 않았다. 조직적인 메커니즘은 팀에 침투되어 있고, 이미 팀의 아이덴티티의 일부가 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같은 4-3-1-2 시스템이더라도 안첼로티와 알레그리는 적지 않은 해석의 차이가 있다. 그 상징이 앵커와 트레콰르티스타에게 요구하는 임무의 차이다. 미드필더의 아래에 위치하는 앵커에 대해 안첼로티가 가장 기대했던 것은 최종라인에서의 패스를 받아 공격을 풀어나가는 레지스타(연출가, 사령탑)로서의 역할이었다. 많은 것을 말해주고 있는 것은 트레콰르티스타의 판타지스타였던 안드레아 피를로(현 유벤투스)를 미드필더의 아래로 포지션 전환을 시켰고 세계최고의 레지스타로 키워낸 사실일 것이다.

한편, 알레그리가 앵커에게 요구하는 첫 번째 임무는 상대방 공격수에게 가는 횡패스를 끊어내는 것과 최종라인을 보호하는 수비의 그것이다. 지난 시즌에는 그런 면에서 뭔가 미흡한 피를로를 측면 미드필더로 이동시키고 앵커에는 좋은 위기감지 능력과 필터 기능이 뛰어난 미드필더를-당초에는 마시모 암브로시니를, 반 봄멜이 겨울에 영입되고 난 이후에는 그 네덜란드 대표를-기용했다. 알레그리는 땅볼패스를 활용한 빌드업을 지향하면서도 안첼로티만큼 볼 포제션을 중시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스피드와 다이너미즘을 살려 가로에서 가로로 볼을 운반하는 스타일을 내세웠다.

신구 감독의 차이는 트레콰르티스타에게 요구하는 기능과 역할에도 반영되었다. 안첼로티에게 있어 트레콰르티스타는 포제션을 마무리로 연결하는 링커의 역할이며 무너뜨리는 국면에서 차이를 만들어 내는 존재였다. 역대 트레콰르티스타는 마누엘 루이 코스타(은퇴), 카카(현 레알 마드리드), 클라렌세 셰도르프까지 모두 발밑으로 볼을 요구하고 적의 2라인(수비수와 미드필더) 사이에서 앞으로 향하며 거기서부터 공세를 취하는 판타지스타였다.

알레그리가 트레콰르티스타에게 요구하는 것은 오프 더 볼에서 전방으로 침투하는 계속되는 다이너미즘이고 발기술이 아닌 공간으로 볼을 요구해서 마무리로 연결하는 플레이다. 사실, 판타지스타라는 말과는 이질적인, 피지컬과 다이너미즘을 갖춘 케빈 프린스 보아텡을 트레콰르티스타로 기용하고 있다. 보아텡이 없을 때는 셰도르프보다는 어비 에마뉴엘손을 그곳에서 기용한다. 때로는 호비뉴를 투입한 적도 있다.

전술했던 대로 반 봄멜이 출장정지였던 우디네세전은 보아텡도 없었고 미드필더에서 기용할 수 있었던 것은 사실상 선발로 출전한 4명뿐. 앵커에 암브로시니, 트레콰르티스타에 셰도르프, 양 측면에 에마뉴엘손과 안토니오 노체리노라는 구성이 유일한 선택지가 되었다. 이브라히모비치를 잃은 공격진은 알렉산드레 파투와 안토니오 카사노의 결장으로 인해 호비뉴와 스테판 엘 샤라위의 경량급 2톱으로 임할 수밖에 없었다. 겨울의 새로운 전력이자 현재 진용에서는 이브라히모비치와 가장 타입이 비슷한 막시 로페스가 벤치에서 시작했던 것은 입단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아직 팀의 메커니즘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스타팅 멤버로 기용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판단이다.


‘악순환’에 빠졌다고 하더라도 이브라만 있었다면…….

밀란의 빌드업은 땅볼 패스를 최종라인부터 이어가는 것이 기본이다. 우디네세전의 포제션이 부드럽지 않고 리듬도 느렸던 것은 미드필더의 3명이 모두 게임메이크를 특기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디네세가 낮은 위치에 라인을 구축하고 미드필더를 두텁고 견고하게 했기 때문에 적진의 반절까지는 자유롭게 볼을 운반하더라도 마지막 30~35미터에서 공간을 찾아낼 수 없었다. 그 결과 출구가 없는 포제션을 강요받았고 그것이 점점 지연되다가 볼을 잃는 악순환을 반복했다.

2톱인 엘 샤라위와 호비뉴는 페널티에어리어의 폭까지 넓게 플레이했다. 우디네세의 3백을 바깥으로 끌어내서 공간과 구멍을 만들고 셰도르프와 에마뉴엘손에게 그곳을 돌파시킬 의도가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우디네세는 이 ‘유혹’에 말려들지 않았고 3백의 간격을 좁게 유지한다. 미드필더의 아래에서는 미켈레 파치엔자가 횡패스에 대한 필터 역할을 수행했고 겔손 페르난데스와 아르망 압디의 중앙 미드필더는 볼에 대한 압박을 강하게 걸었다.

중앙을 비집고 들어가지 못한 밀란은 양 측면수비수의 오버랩을 활용해 양쪽 날개부터 무너뜨리는 것을 시도한다. 하지만 단순한 크로스는 되돌아올 뿐이었다. 바깥으로 넓게 벌린 공격수와 측면수비수가 만들어내는 콤비네이션을 통해 안으로 들어갈 곳을 모색해봤지만 거의 성공하지 못했다. 반대로 거기서 빼앗긴 볼이 몇 번의 카운터로 연결되었다.

지금까지 봐왔던 패턴으로 포제션이 지연되더라도 전방에 이브라히모비치가 있었다면 충분히 적의 수비를 ‘격파’하며 비집고 들어갔을지도 모른다. 측면으로 흘러간 롱볼을 받아 거기서 돌파를 시도하거나 마크를 받으면서도 미드필더까지 내려와 횡패스를 발끝으로 지켜내며 억지로 돌면서 질이 높은 라스트패스를 공격진에 공급한다.

사실, 이브라히모비치의 탁월한 개인기의 위력을 말하자면 수비를 굳힌 상대에게서 골을 빼앗으며 결과로 연결했던 시합은 하나둘은 아니다. 최근의 이브라는 공격진의 기준점으로서 기능하고 있고, 공격을 마무리하는 것뿐만 아니라 판타지스타로서의 측면을 늘리고 있다. 뛰어난 패스센스를 살려 상대방의 수비를 무너뜨리는 프로세스에서 결정적인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 역할을 맡았던 카사노의 심장질환에 의한 장기이탈 이후에는 단조롭고 직선적이 되기 십상인 밀란의 공격에 악센트와 의외성을 가져다주는 거의 유일한 존재가 되었다.

이야기를 우디네세전으로 되돌리면 이브라히모비치에 이어 세로로 돌파해 들어가며 적의 최종라인에 틈을 만드는 트레콰르티스타 보아텡도 없었다. 중앙돌파를 할 만한 공간이 없는 가운데 파워를 이용해 억지로 국면을 타개하는 것도 선택지에서 배제되며 결정적인 기회를 만들기는커녕 슛조차 쏘지 못했다.

알레그리가 이끄는 밀란은 안첼로티감독 시절과 비교하면 보다 피지컬적이고 보다 인텐시티가 높으며 보다 어그레시브하지만 기술과 개인의 퀄리티는 뒤처지는 부분이 있다. 그것을 보완하고 있는 것이 안첼로티의 사임 이후 밀란에 들어온 2명, 즉 이브라히모비치라는 만능 공격수이며, 높은 레벨의 기술과 다이너미즘을 겸비한 보아텡인 것이다. 두 선수를 잃으며 곤란에 빠졌던 우디네세전과 두 선수가 결정적인 공헌을 하며 4-0의 대승을 거뒀던 아스날전(4일 뒤인 2월 15일)을 비교해보면 존재감의 크기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자기진영 중앙의 인구밀도를 높여 조직적인 압박을 통한 역습

우디네세의 3-5-1-1시스템에서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양 측면에 위치한 윙백의 움직임이다. 실제로 양쪽 측면 모두 빠른 주력과 지구력을 갖추고 있고, 자기진영에서 적 진영까지의 측면을 혼자서 커버하며 공수 양쪽 국면에서 공헌할 수 있는 선수를 보유하고 있다.

오른쪽 윙백인 두산 바스타는 측면수비수인 듯 한 플레이스타일이며 기술보다는 피지컬능력이 뛰어나고 그중에서도 운동량을 무기로 한다. 왼쪽의 파블로 아르메로는 스피드와 돌파력에 기술도 우수한 공격적인 선수이며 마무리에도 가담한다.

3명의 중앙수비수는 지암피에로 핀지가 부상 중이고 가나 대표의 크와두 아사모아는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 참가중이라 주전 2명이 결장했다. 밀란전에 선발로 출전한 것은 겨울의 메르카토에서 영입한 페르난데스와 파치엔자, 그때까지는 주로 트레콰르티스타로 기용되었던 압디 3명이었다.

귀돌린 감독이 좋아하는 포진은 2명의 공격수가 세로로 선 1톱+1트레콰르티스타이며 90년대 후반에 이끌었던 비첸차에서, 그 이후에는 볼로냐, 팔레르모, 파르마까지 그 틀을 유지하며 변하지 않았다. 공격수를 가로가 아닌 세로로 배열하는 것의 노림수는 적의 중앙수비수에게 수비의 기준점을 주지 않고 공격진에서 만들어낸 공간을 후방에서 침투해서 사용하는 것으로 공격에 다이너미즘과 의외성을 가져다주는 점에 있다. 지난 시즌에는 1톱에 안토니오 디 나탈레, 트레콰르티스타에 알렉시스 산체스의 조합을 기용했고 스피드가 실린 카운터어택을 주된 무기로 삼았다.

알렉시스 산체스를 바르셀로나로 이적시킨 이번 시즌에는 트레콰르티스타에 젊은 판타지스타 가브리엘 토르셰와 본래는 중앙공격수인 안토니오 플로로 플로레스를 기용하는 등 모색을 계속하고 있으며 지금도 특정 선수로 고정시키지는 않았다. 밀란전에서 처음으로 시험한 것은 그때까지 중앙미드필더로 기용되어 왔던 마우리시오 이슬라―지난 시즌에는 오른쪽 윙백이었다―를 트레콰르티스타 포지션에 기용하는 새로운 용병이다.

두뇌파로 분류할 수 있는 이슬라의 큰 장점은 상황을 빠르게 판단하는 전술안과 그것을 기초로 한 정확한 플레이의 선택. 빠른 주력과 안정된 기술을 겸비하였으며 중앙수비수와 공격수 이외의 모든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유틸리티성도 갖추고 있다. 트레콰르티스타에 들어간 밀란전은 수비의 국면에서도 공헌하면서 계속해서 카운터어택으로 연결하는 등 전술적인 키플레이어로서 기능했다.

유감스럽게도 밀란전 경기 도중에 무릎의 통증을 호소한 이슬라는 전치 6개월의 진단을 받으며 시즌 도중에 복귀가 절망시되고 있다. 귀돌린감독은 트레콰르티스타로 고정해서 기용할 의향이었던 만큼 아쉬워할만한 장기이탈일 것이다.

우디네세를 포함한 세리에A의 몇몇 클럽이 사용하고 있는 3백에는 바이탈 에어리어를 포함해 피치 중앙의 수비를 두텁게 할 수 있다는 큰 강점이 있다. 3명의 중앙수비수는 적의 2톱에 수적 우위로 대처할 수 있고 3명의 중앙미드필더를 기용하는 우디네세의 경우에는 2라인의 사이를 촘촘하게 유지할 수만 있다면 중앙에서 적에게 위험한 공간을 허용할 확률을 극소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밀란의 공격진은 2톱 호비뉴와 엘 샤라위에 트레콰르티스타 셰도르프를 합쳐도 경량급에 기술적인 선수뿐인데다, 중앙에서 짧은 패스를 연결하는 콤비네이션 이외에 공격의 옵션이 거의 없었던 것도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우디네세의 수비진은 측면에서 올라오는 크로스와 전방으로 넘어오는 롱볼을 거의 경계할 필요가 없었고 중앙의 공간을 봉쇄하는 것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귀돌린 감독이 선택한 전술은 중앙의 인구밀도를 최대한 높이는 것이며 최종라인을 낮게 설정해서 중앙과의 간격을 좁혔다. 볼과 주도권은 밀란에게 넘기고 받아서 돌려준다. Attacking third(공격진영)에 들어오면 조직적이고 어그레시브한 압박으로 밀란의 포제션을 분단시킨다. 그리고 빼앗은 볼을 빠르게 전방의 공간으로 전개해서 카운터어택으로 전환하는 게임플랜이다.


리소스를 유효하게 활용하는 ‘롱 카운터 전술’을

우디네세의 카운터어택은 예측도 대처도 어렵다. 복수의 바리에이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측면 공간으로 크게 전개해서 스피드가 있는 바스타나 아르메로를 오버랩 시키는 간단한 형태뿐만 아니라 좋은 타이밍에 수비수를 따돌리는 디 나탈레에게 횡패스를 해서 뒤 공간으로 파고드는 패턴, 혹은 이슬라가 미드필더에서 그대로 볼을 갖고 올라가는 전개도 있다.

디 나탈레가 가장 능숙한 것은 적의 수비수와의 수싸움이다. 측면으로 빠지거나 바로 앞으로 끌어들여서 횡패스를 받아서 이슬라 및 윙백에게 내주고 뒤 공간을 노리는 움직임, 끌어 올린 적의 최종라인의 배후를 노려 뒤 공간으로 오는 롱패스를 받는 움직임을 나눠서 사용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적의 수비라인을 흔드는 것이다.

1m70cm의 작은 체구인 디 나탈레가 1톱으로 기능하면서 2시즌 연속으로 세리에A의 득점왕으로 빛난 이유 중 하나는 틀림없이 질이 높은 스말카멘토(마크를 벗겨내는 움직임)에 있을 것이다. 상황에 맞춰 공간에서 꾸준히 움직이며 패스를 받으려고 한다. 1대1 돌파력과 의외성으로 가득한 기발한 기술, 꽤 높은 확률로 골문을 위협하는 슈팅 등 높은 기술과 돌파 센스에 토대를 둔 것은 물론이다.

19분에 넣은 선제골도 실로 디 나탈레스러운 득점이었다. 오프사이드 선상에서 2라인 사이로 내려오는 움직임으로 미드필더에서 횡패스를 받아 그것을 원터치로 근처에 있었던 페르난데스에게 내준 뒤 그대로 턴. 바로 앞으로 따라 내려온 필립 멕세스의 기선을 제압하는 형태로 그 중앙수비수가 만들어 낸 공간-적 최종라인의 틈-으로 침투한다. 그곳에서 페르난데스의 리턴패스를 그대로 슛으로 연결했다. 자신의 움직임을 통해 만들어진 공간을 후방의 동료를 활용하여 원터치 플레이로 빠르게 돌파해 들어가는 것은 기술과 민첩함을 활용한 디 나탈레가 특기로 하는 패턴이다.

1점 리드하며 우위를 점한 우디네세는 낮은 위치에 형성된 높은 밀도의 수비벽으로 앞이 가로막힌 밀란의 공격을 저지하며 카운터로 몇 번의 위험한 장면을 만들었다. 전형적이었던 점은 2라인 사이로 내려와 프리가 되어 있었던 디 나탈레가 횡패스를 받으면 그것을 원터치로 뒤 공간으로 흘려 넣고, 아르메로가 오버랩하는 연계였다. 밀란의 오른쪽 측면수비수로서 아르메로와 대면했던 이냐치오 아바테가 뒤 공간을 지키러 돌아오지 못하자 디 나탈레와 아르메로와 밀란의 2명의 중앙수비수(멕세스와 티아구 실바)가 2대2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장면도 여러 차례 볼 수 있었다. 티아구 실바와 비교하면 멕세스는 스피드가 뒤처지기 때문에 우디네세는 아르메로에게 그 점을 의식해서 노릴 것을 지시한 듯 했다.

물러나는 느낌의 포진으로 낮은 지점에서 압박하고 카운터를 노리는 우디네세의 전술은 이 시합에 한정된 것이 아닌, 기본적인 스타일이 되었다. 귀돌린 감독의 지향은 볼을 지배해서 주도권을 쥐는 포제션축구보다도 어그레시브한 압박을 통해 속공으로 연결하는 강력한 트랜지션 사커(transition soccer)이며 보유하고 있는 선수들의 타입으로 판단하더라도 타당한 선택이라고 말할 수 있다. 미드필더에 포진한 선수들을 보면 기술보다도 운동량과 다이너미즘을 무기로 하는 선수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양쪽 윙백과 이슬라의 주력과 스피드를 살린 롱-카운터를 무기로 삼기 위해 볼을 탈취하는 위치를 낮게 설정했다고 바꿔 말해도 좋을 것이다.

높은 위치에서 볼을 빼앗기 위한 하이라인 프레싱에는 등 뒤에 남겨둔 공간을 돌파당할 수 있다는 리스크가 늘 따라다닌다. 안전성을 높이려면 ‘방비책’이 필요하며 구체적으로는 공격진의 수비가담과 자기희생, 조직적인 하드웍, 스피드가 있는 중앙수비수 등을 들 수 있다. 이런 방비책을 갖지 못한 우디네세가 갖고 있는 자원을 가장 유효적으로 살리기 위해 Low-line pressing&롱 카운터 전술을 채용하고 있는 것이다.

미리 양해를 구하자면 이 전술이 유효한 것은 무리하면서까지 골을 빼앗으러 갈 필요 없이 동점이나 리드를 잡고 있는 상황에 한정된다. 즉, 비하인드를 등에 지고 볼을 갖고 공격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에서 공격의 예리함이 떨어지는 것이다. 파치엔자는 전형적인 인콘트리스타(수비형 미드필더), 페르난데스는 다이너미즘을 무기로 하는 인크루소레이며 빌드업은 특기에 들어가지 않는다. 공격에 악센트를 줄 수 있는 것은 디 나탈레 정도이며 사실 밀란에게 역전당한 종반 이후부터는 유효적인 반격을 거의 하지 못한 채 시합을 마쳤다.


젊은 팀이 그들의 미숙함을, 밀란이 성숙함을 보이며

지금까지 봐왔던 전재는, 우디네세가 선제한 19분부터 동점으로 추격당한 77분까지 계속된다. 밀란이 볼을 지배하고, 적 진영으로 공격해 들어갔으나 최종 30m지점에서 어떻게 공격해야할지 모르는 상황. 앞이 가로막히며 볼을 잃고, 거기서 카운터를 당하는 흐름이다.

알레그리 감독이 막시 로페스를 노체리노와 교체투입하며 호비뉴를 트레콰르티스타, 셰도르프를 미드필더로 내린 것은 66분. 하지만 공격적인 포진을 취한 효과가 서서히 나타났던 것은 아니다. 막시 로페스의 투입으로 밀란이 얻은 것은 공격진의 기준점에게 빠른 타이밍으로 횡패스를 보낸다고 하는 새로운 선택지였던 것이다. 막시 로페스가 좀처럼 볼을 잡지 못했던 것은 피지컬 면에서 뒤처지지 않는 다닐루와 마우리시오 도미치 같은 우디네세의 중앙수비수들에게 타이트한 마크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건 고사하고 횡패스를 받더라도 볼을 빼앗기며 위험한 카운터를 허용하기도 했다.

얄궂게도 밀란의 동점골이 터진 것은 우디네세가 그런 카운터를 활용해 적진으로 공격해 들어가며 코너킥을 얻었던 그 역습 이후였다. 1점을 리드했던 우디네세는 안전제일주의로 임했어야했으나 흘러나온 볼에 대한 예방적인 커버링이 충분하지 않았고-볼을 잡으려고 했던 아르메로가 커버링 포지션에서 벗어나버렸다-루즈볼을 잡은 에마뉴엘손의 독주를 허용해버렸다. 에마뉴엘손의 패스를 왼쪽 측면에서 받은 엘 샤라위가 페널티 에어리어의 왼쪽 측면에서 파포스트를 노리고 슛을 날렸다. 그다지 어려운 볼은 아니었음에도 골키퍼 사미르 한다노비치가 쳐낸 볼이 프리로 대기하고 있었던 막시 로페스의 발밑으로 ‘선물’되어버렸다. 우디네세의 2번의 실수가 불러온 동점골이었다.

이기는 전개였던 시합을 자신들의 실수로 원점으로 되돌려버린 것은 우디네세의 젊음 때문일 것이다. 기세를 탄 밀란에게 밀리기 시작하며 받아 넘기는 시간이 계속되었다. 어떻게든 볼을 빼앗아 역습으로 전환하는 것 까지는 나쁘지 않았지만 공격에 너무 많은 인원을 투입하며 최종 라인을 ‘노출’시켜버렸다.

그 태세에서 카운터를 얻어맞는다는 최악의 형태로, 엘 샤라위에게 결승골을 허용하며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어버린 것이다. 시합 후 귀돌린 감독은 다음과 같은 코멘트를 남겼지만, 탄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기는 것이 당연한 시합을 하수구에 버려버렸죠. 리드하고 있던 종반에 카운터로 2점을 허용하다니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어린 팀의 미숙함이 드러나 버렸죠”

밀란은 팀의 성숙함을 보여줬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한계가 분명했고 패하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경기내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의 실수를 노려 동점으로 추격했고 단숨에 승리를 손에 넣는 강함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는 하더라도 이브라히모비치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점은 재차 인상에 남았던 시합이었다. 지난 시즌에는 이브라가 출장정지로 부재했던 시즌 막바지를 파투와 카사노의 활약으로 극복해지만 이번 시즌은 어떻게 될 것인가.


출처 : 월드사커다이제스트 2012년 3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