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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축구(Calcio Italiano)/AC밀란

필리포 인자기 - 언젠가는 밀란의 감독이 되고싶다



인터뷰ㆍ글 - 지안니 비즈나디

번역ㆍ구성 - 다카야마 미나토


지난시즌을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한 인자기는 현재 밀란 유스의 감독으로서 '제2의 인생'을 걷고있다. "언젠간 밀란의 감독을 맡고싶다"라는 새로운 삶의 보람을 발견한 그가 보내고있는 충실한 나날에 대해 이야기해줬다.


작년 이맘때쯤, 필리포 인자기는 아직 밀란의 선수로서 뛰고있었다. 본인이 원했다면 39세가 된 지금도 현역생활을 계속 유지했었을 것이다. 밀란에서 주전의 자리를 되찾는 것은 무리일지라도 프로빈챠레(중소클럽)에서 활약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했을것이다. 하지만 캄피오나토가 끝나기 직전인 작년 5월, 밀란의 부회장 아드리아노 갈리아니는 피포에게 이런 말을 건넸다.


"피포, 이제 선수로서는 끝이 아닐까? 만약 괜찮다면 밀란에 남아 유스팀의 지도를 맡아주었으면하는데..."


갈리아니는 피포가 다음 시즌 알레그리의 구상에서 제외되었다는 것을 알고있었다. 설사 계약을 갱신하더라도 경기의 대부분을 스탠드에서 관전하게될것 역시. 물론 피포도 본인의 입장을 잘 알고있었다. 다른 팀에서 현역생활을 계속해야할지, 현역생활을 은퇴해야할지. 다행스럽게도 피포에 대한 오퍼는 끊이지않았다. 유럽의 여러 클럽들로부터 구애의 손짓이 끊이지 않았을뿐더러 대륙을 건너 미국과 호주에서 뛸 기회도 있었다. 세리에A에서 156골, UEFA클럽대항전에서 70골, 마리아 아주라를 입고 25골....지금까지 수많은 빅매치에서 빛을 발해왔던 '수페르 피포'의 골센스와 강한 승부욕에 기대를 거는 클럽은 꼬리를 물었다.


하지만 고심한 끝에 피포가 내린 결론은 스탭으로서 밀란에 잔류하는 것이었다. 갈리아니가 피포에게 제의한 자리는 알리에비(15~16세)의 감독. 지도자의 길을 걷기 시작한 피포는 지금 현역생활과 마찬가지로 충실한 2번째 커리어를 보내고있다. '톱팀의 감독이 된다'라는 새로운 목표를 향해서.



언젠가 밀란의 감독이 되고싶다는 생각을 한다


피포. 아직은 유니폼을 입은 모습이 눈에 선명하지만 수트차림도 꽤 어울리는것같네요(웃음). 작년 여름에 현역에서 은퇴한 이후 10개월이 지났네요. 지도자의 길을 걷기 시작한 현재의 기분은 어떤가요?


인자기(이하 I) - 왠지 초조한 느낌이네요. 제 팀에 골찬스가 오면 피치로 뛰어들고싶을정도로 안절부절하기도하죠(웃음). 농담은 이정도로 해두고 매일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있다는 실감을 갖고 하나씩 학습해가고있습니다. 현역시절과 마찬가지로 지금의 생활도 충실해요.



지금의 당신은 밀란 유스에 소속된 소년들에게 축구를 지도하는 입장이 되었죠. 축구를 남에게 가르치는 경험은 처음이죠?


I - 본격적이라는 점에서는 그렇죠. 입장적인 면에서는 축구교실의 코치에 가까운 존재랄까. 하지만 제 자신도 그곳에서 많은 것을 배웠어요. 하루하루의 연습, 주말의 시합, 시합 다음날의 미팅... 그 모든것이 제 피가 되고 살이 되었죠. 저는 20년동안 프로로서 많은것을 경험해왔습니다. 그 경험을 이번에는 어린 친구들에게 조금이라도 많이 전수해주고싶은 마음이에요.



현재 당신은 밀란의 알리에비의 감독을 맡고있습니다. 팀의 현 상황을 어떻게 보고있나요?


I - 우선 제 팀은 매우 어린 선수들로 구성되어있습니다. 같은 캄피오나토를 치루고있는 팀중에 가장 평균연령이 낮죠. 16세라는 연령제한이 있지만 다른 팀의 평균연령과 비교해보면 6개월정도의 차이가 있습니다. 이것은 당신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큰 차이죠. 무엇보다도 빛나는 것이 있다면 14, 15세의 선수를 기용하는 일도 있지만요.



특히 14세인 하심 만수르는 꽤나 기대받고있는것같아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회장은 "다음 시즌 세리에A 데뷔도 가능하다"라고 말하고있는것같지만(웃음).


I - 확실히 하심은 미래가 기대되는 잠재력을 가진 선수죠. 하지만 세리에A에서 데뷔하려면 아직은 너무 어리다구요(웃음). 아직 14세인 그가 지금 해야하는 것은 매일매일의 연습에 집중하는 것. 주변의 잡음들은, 때로는 그의 성장을 방해할 우려가 있습니다. 우리들 지도자의 사명은 가르치는 아이들을 전력으로 서포트하고 올바른 길로 이끌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프리마베라는 현재 캄피오나토에서 어떤 위치에 올라있나요?


I - 현재는 3위죠. 우리가 소속된 시모네의 선수는 라이벌인 인테르. 최종적으로는 2위 이내에 들어가서 결승토너먼트에 진출하는 것이 팀의 목표입니다. 무엇보다도 유스레벨의 선수들을 지도하는데 있어 클럽이 가장 중요시하는것은 개개의 재능을 최대한으로 끌어내는 것. 톱팀에서 통할 수 있는 인재를 얼마나 육성해낼 수 있느냐, 그것이 우리들에게 요구되는 것들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당신을 알레그리의 후계자로 기대하고있는것같습니다만?


I - 물론 언젠가 밀란의 톱팀에서 감독을 맡아보고싶다고 생각하고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위해서는 아직 시간이 필요합니다. 알레그리는 톱팀에서 최고의 일을 하고있다고 생각하고 보고 배워야할 점도 많습니다. 현시점에서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도 의미는 없어요. 우선은 알리에비에서 지도자로서의 초석을 확실히 쌓아올려야겠죠.



지금의 밀란은 매력적인 팀


그런데 당신이 현역이었던 지난시즌, 알레그리와의 사이에 미묘한 공기가 감돌았던적이 있었죠?


I - 확실히. 리그에서는 겨우 7경기밖에 기용되지않았고 스타팅의 기회도 돌아오지않았으니까요. 뭐, 출장기회를 얻지못한다면 조금씩이라도 불만을 갖게되는법이죠.



하지만 현역에서 은퇴한 이번시즌도 알레그리와의 다툼에 관한 기사가 보도되었습니다. 밀란이 부진에 빠졌을때 미디어는 '알레그리를 경질하고 피포를 후임으로 끌어올려야한다'라고 보도했고 그 건을 둘러싸고 언쟁이 있었다는 억측도 흘렀습니다. 그 소문에 관한 진실은?


I - 그건 이미 끝난 이야기에요. 중요한 것은 지금의 밀란이 이전의 강함을 되찾았다는 현실입니다. 제가 알레그리의 실패를 바랄리가 없습니다. 항상 밀란이 모든 타이틀을 차지했으면 좋겠다고 빌고있으니까요.



그러면 이번 시즌의 밀란을 어떻게 평가하고있나요?


I - 시즌 초반에는 감독도 선수들도 팀의 많은 변화에 당황했고, 최악에 가까운 출발을 보였습니다. 팀의 중심이었던 이브라히모비치와 티아구, 이런 장면에서 의지가 되었던 세나토리(상원의원. 이곳에서는 베테랑을 지칭하는 말)가 한번에 팀을 떠난 데미지가 꽤나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합니다.



즉, 리그 초반의 슬럼프는 클럽의 재정사정과 무관계하지는 않다라는 말인가요?


I - 그건 부정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밀란에는 다른 클럽에는 없는 미덕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인내력. 시즌 초반, 밀란이 슬럼프에 빠졌을때도 갈리아니와 브라이다는 언제나 알레그리를 옹호해줬고 감독에게 팀을 일으켜세우기위한 시간을 줬죠. 그 결과가 후반기에서의 좋은 모습입니다. 개막 당초의 성적에서 여기까지 올라올 것이라고 누가 예상했을까요? 지금의 밀란은 과거의 '스타군단'은 아니지만 유능한 중견 및 어린 선수를 주축으로 삼아 매력적인 팀으로 완성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팀을 상징하는 선수는 누구일까요?


I - 대표적으로는 역시 엘 샤라위겠죠. 이정도까지 급성장을 이뤄내다니 솔직히 놀랐어요. 많은 주력이 팀을 떠난것으로 인해 반대로 "내가 해야한다"라는 자각이 싹을 틔운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러면 1월에 새롭게 합류한 마리오 발로텔리는 어떻게 보고있나요?


I - 물론 발로텔리의 합류도 큽니다. 이적하자마자 순식간에 2골을 넣은 우디네세전을 포함해서 4경기에서 4골을 넣은것으로도 그의 재능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맨체스터 시티에서는 광채를 잃었지만 이적 이후에는 플레이에 집중하는 인상이네요. 그는 분명 밀란에서 진정한 '페노메노'가 될 수 있을거에요.



그들 2명에 음바예 니앙을 추가한 3톱은 모두 연령적으로는 20세 전후. 그들의 플레이는 물론이거니와 기묘한 헤어스타일도 주목을 모으고있습니다. 이반 젠나로 가투소는 이전 어린 선수들의 용모에 관해 쓴소리를 날린적이 있지만 피포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I - 그들은 아직 젊고, 자기자신을 주장하고싶은 마음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무엇보다 20년전과는 조금 다릅니다. 당시의 우리들을 생각해보면 기발한 쪽이 드물었지만 지금은 반대로 '보통'인 쪽이 더 드문편이죠. 뭐 헤어스타일과 문신의 숫자로 선수로서의 가치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고, 피치 위에서 확실한 결과를 남긴다면 문제없는것이 아닐까요. 반대로 형편없는 플레이를 한다면 그만큼 눈에 띄게되는것이지만요(웃음).



어쨌든 성장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린다


피포가 공격수로 대활약했던 2003년부터 2007년까지 밀란은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 2회, 준우승 1회를 경험했습니다. 현재의 밀란은 당시의 압도적인 강력함이 옅어진듯한 인상입니다만...


I - 비록 10년 이상 챔피언스리그 우승에서 멀어졌다고하더라도 밀란이 밀란이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레알 마드리드조차 유럽제패를 달성했던 2001-02시즌 이후 10년 이상이나 빅이어에서 멀어져있죠. 그렇지만 그들과 맞붙는 팀들은 마드리드를 두려워하고 존경하며 칭찬합니다. 밀란도 같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산 시로에 방문한 팀들은 밀란이라는 팀을 상대하는것과 동시에 스타디움과 티포지, 그리고 밀란의 전통과도 맞닥뜨려야만합니다. 얼마전 바르셀로나가 산 시로에서 패한것은 그 모든 압력에 무너졌기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결과 그들에게 있어 전혀 예상하지못했던 0-2의 패배로 연결된것이아닐까요.



과연 그렇군요. 그럼 이번에는 당신에 대해. 커리어 최고의 하이라이트는 언제?


I - 챔피언스리그에서 2번이나 우승했고 독일 월드컵에서도 우승을 경험했습니다. 챔피언스리그 결승, 클럽월드컵 결승에서도 골을 넣었죠. 그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하나로 좁히라는 것은 가혹하네요(쓴웃음). 다만 굳이 말하자면 리버풀을 격파했던 2006-07시즌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이려나. 제가 2골을 넣었다는 것과, 2년전에 같은 상대에게 굴욕적인 역전패를 맛봤다는 점에서 더욱 기뻤습니다.



2006년의 독일월드컵에서는 24년만의 세계제패에 성공했습니다. 가까운 미래에 아주리가 세계의 정점에 서는 날이 찾아올까요?


I - 그렇게 되길 빕니다. 국제대회에서의 승리는 이탈리아축구계에 긍정적인 자극이 될테니까요. 월드컵과 유로는 정말 특별한 대회입니다. 강한 팀들만이 승리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 시점에서의 피지컬컨디션과 운이 좌우하기때문이죠.



마지막으로, 미래의 밀란에 대해. 클럽이 새로운 황금시대를 쌓아올리기위해 필요한 것은?


I - 우선은 시간. 적게잡아도 2, 3년은 필요할겁니다. 그것을 위한 좋은 출발을 시작했다고 생각합니다. 몇번이나 반복해서 말하는 것이지만 시즌 개막전에 밀란의 진용은 대폭적으로 변화했습니다. 그것은 '고육책'이었지만 그만큼 팀은 매우 젊어졌습니다. 그리고 팀의 미래를 책임질만한 유망한 선수도 발견했습니다. 특히 공격진은 향후 10년간은 걱정없을것이라 생각합니다. 나머지는 네스타와 피를로같은 초일류 선수를 내부에서 키워내느냐, 혹은 외부에서 데려오느냐. 하지만 네스타와 피를로같은 선수는 찾아내는 것부터가 어려운 일이죠.



솔직히, 과거와 같은 '상승 밀란'을 감독으로 이끌어보고싶다고 생각하는지?


I - 물론. 하지만 그정도까지 인정받기위해서는 다양한 허들을 뛰어넘을 필요도 있습니다. 우선 유스팀의 지도자로서 결과를 남기는것이 선결입니다.



그 날이 찾아오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지도 모릅니다만.


I -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제 마음속에 각오는 되어있습니다. 전 지금까지 항상 단계를 하나씩 올라왔다고 생각합니다. 10세때 세리에B의 피아첸차에서 프로의 길을 걷기 시작했고 세리에C의 레페에서 주전의 자리를 차지했으며 22세때 파르마에서 세리에A 데뷔를 장식했습니다. 24세때 아주리 데뷔를 이뤄냈고 같은 시기에 유벤투스로 이적했습니다. 28세때 밀란에 입단했고 39세가 되기까지 현역생활을 계속했습니다. 무엇이든 크게 성공하기위해서는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알고있습니다. 강한 인내심을 갖고 노력한 사람만이 꿈을 이룰 자격을 갖는것입니다.


월드사커킹 2013년 3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