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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축구(Calcio Italiano)/AC밀란

신성 엘 샤라위의 탄생비화 - 모범은 밀란의 전 아이돌


글 : 크리스티안 조르다노


2012년 10월 3일 밤.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2차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홈경기장인 '페트로프스키' 피치 위에 그의 모습이 있었다. 평범하지 않은 공격센스와 모히칸헤어의 머릿속에 좋은 아이디어를 담은 약관 20세의 스테판 엘 샤라위의 모습이.


엘 샤라위는 평소처럼 하얀 헤드폰을 착용하고 팀버스에서 내렸다. 챔피언스리그 주제곡을 친구 케빈 프린스 보아텡의 옆에서 듣고있을때 그의 머릿속에는 전세계를 놀라게하고싶다는 소망이 샘솟고있었다. 그리고 그는 제니트를 상대로 동경하던 카카를 연상시킬만한 아름다운 골을 넣었다. 이것이 밀란에게 있어서는 챔피언스리그사상 최연소 골이었다.


13세때 소년단을 졸업, 프로 유스팀으로


엘 샤라위는 그가 태어난 사보나에 있는 작은 축구클럽, 레지노에서 뛰었을때부터 챔피언스리그에서 골을 넣는것이 꿈이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출신의 어머니 루치아는 간호사로 일했고 이집트 출신의 아버지 사브리는 카이로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인물. 사브리와 루치아는 남이탈리아의 사보나에서 만나서 결혼, 그리고 스테판을 낳았다. 이집트인의 피가 흐르는 스테판이 '피콜로 파라네오(작은 파라오)'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것은 이런 배경이 있기때문이다. 하지만 엘 샤라위 본인은 그 별명보다도 더 마음에 들어하는 호칭이 있다. 그가 세리에B 파도바에서 뛰었을때의 일이다. 2010년 9월, 4라운드 레지나전에서 골을 넣었을때 그 골이 너무 아름다운 나머지 감동했던 팀메이트 토토 디 나르도는 그를 '엘 노바타두에(미스터 1992년생)'이라고 표현했다. 지금도 엘 샤라위는 'EL 92'라고 불리는 쪽을 좋아하는듯하다.


그런데 레지노에서 뛰는 13세의 엘 샤라위에게 커리어의 첫 전환기가 찾아왔다. 그것은 제노아행 이야기였다. 엘 샤라위에게 제노아행을 권한것은 과거 볼로냐의 수비수로 활약했던 미켈레 스브라바티였다. 그는 엘 샤라위와의 만남을 이렇게 회상했다. "제가 제노아의 스카우트로 고용된 것이 2003년 8월 4일. 그리고 그 다음날에 엘 샤라위를 손에 넣었습니다. 그가 13, 14세때에는 위대한 선수가 될 수 있을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때문이죠. 세련된 기술과 스피드, 그리고 콤비네이션플레이의 센스는 다른 소년들과 비교하면 다른 차원의 것이었습니다"



소년시절부터 급이 다른 존재감


실은 엘 샤라위는 유벤투스에 입단했을지도 모른다고한다. 레지노에서 처음에 그를 지도했던 디오니시 도나티는 'II Secolo XIX'지와의 취재에 응하며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그것은 엘 샤라위가 9세때의 일이었습니다. 그는 매 경기마다 그의 탁월한 플레이를 선보였고 당연히 빅클럽이 그를 주목하기 시작했죠. 스테판이 유베에서 뛰는것을 원했던 저는 유베의 스카우트에게 전화를 걸었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곳에는 페노메노가 있어. 그를 노린다면 후회할 일이 없을거야'라고"


하지만 유베 유스팀의 책임자는 스테판의 영입을 포기했습니다. '선이 가늘고 너무 작다', '9세의 나이로 영입하기엔 너무 이르다'라는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아마 지금에 와서는 후회하고있겠죠. 스테판은 진짜 페노메노였기때문입니다. 불과 6세의 나이로 팀을 승리로 이끌거나 10세때는 세리에A에서도 좀처럼 볼 수 없는 높은 테크닉을 선보였습니다. 1년간 132골을 넣었던적도 있었어요. 전 32년동안 축구지도자의 길을 걷고있지만 스테판처럼 타고난 재능의 선수는 본적이 없습니다"


도나티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2002년 5월 25일, 우리는 토리노에게 1-2로 패했지만 스테판을 중심으로 좋은 축구를 선보였습니다. 경기후 저는 스테판이 모든 나라를 짊어지고 일어설 존재가 될것이란걸 예감했죠. 저는 어떻게든 장수할 수 있도록 신에게 계속 기도했어요. 왜냐하면 그가 후오리클라세로서 뛰는 모습을 한순간이라도 이 눈으로 지켜보고싶었기때문입니다"


10년이 지난 지금 도나티는 89세가 되어서도 레지노의 풀치니(주니어팀) 감독의 지휘봉을 잡고있다. 그리고 올해 8월 15일, 그는 엘 샤라위의 팀이 10년전과 마찬가지로 1-2로 패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하지만 그에게 있어 팀의 패배는 어떻든 좋았다. 왜냐하면 10년전에 그가 예언했던대로 엘 샤라위는 이탈리아 대표 데뷔를 장식했기때문에.



이집트계의 혈통을 이어받은 이탈리아의 '출세자'


전술한대로 엘 샤라위의 아버지는 이집트인. '엘 샤라위'라는 성을 보면 누구나 그를 이집트인이라고 연상할 것이다. 제노아의 죠바니시미(U-15)에서 주전으로 뛰며 크게 촉망받는 장래성을 지녔던 그였지만 당시는 이탈리아대표와 인연이 없었다. 그 사정을 도나티는 이렇게 설명했다. "U-15에서도 U-16에서도 그의 이름은 후보로 거론되긴했지만 그가 대표에 소집되거나하는일은 없었습니다. 왜냐구요? 실은 그를 외국인이라고들 생각했었으니까요(웃음)"


이 '오해'가 풀린 이후부터는 엘 샤라위는 U-16부터 착실하게 이탈리아대표에 이름을 올렸고 2009년에는 U-17대표의 일원으로서 유럽선수권과 월드컵에 출장. 아직 18세였던 작년 1월에는 당시 U-21대표의 감독을 맡고있었던 치로 페라라(현 삼프도리아 감독)으로부터 합류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순식간에 언더세대의 출세자가 된 엘 샤라위는 문자 그대로 엘리트가도를 질주했다.


그리고 올해 8월, 잉글랜드와의 친선경기에 임한 이탈리아대표로 대약진했다. U-21대표에서 엘 샤라위를 거의 스타팅으로 기용한적이 없었던 페라라에 반해 A대표의 감독 체사레 프란델리는 잉글랜드전에서 놀랍게도 그를 스타팅으로 발탁했던 것이다. 이날 엘 샤라위 본인은 본래의 장점을 발휘하지는 못했지만 프란델리는 그가 가진 잠재능력의 확실한 반응을 기억했다. 그리고 만회할 기회는 잉글랜드전 이후 3개월뒤에 찾아왔다. 파르마에서 있었던 프랑스와의 친선경기에서 왼쪽 윙으로 선발출장을 장식했고 '파라오네'는 대표 첫골이 되는 선제골을 넣었다. 경기는 1-2로 패했지만 프란델리로부터는 '좋은 퍼포먼스였다'라는 말과 함께 합격점을 받았다. 지금의 엘 샤라위는 내년 6월에 열릴 U-21유럽선수권 출전이 종착점은 아니다. 그의 시선은 각 대륙의 챔피언이 모이는 컨페드레이션스컵, 그리고 1년반 뒤의 브라질월드컵으로 향하고있을것이다.



대담무쌍한 충격 데뷔


엘 샤라위는 어떤 상황에서든 위축되는 일이 없다. 그가 '큰 그릇'이라는 것은 제노아 시절 세리에A 데뷔전에서 이미 증명되었다. 2008년 12월 21일, 엘 샤라위는 키에보 원정에서 데뷔를 장식했지만 당시의 일화는 지금도 회자되곤한다.


키에보의 홈경기장인 '마르칸토니오 벤테고디'의 기자회견장은 다른 경기장과는 다르게 버스를 기다를 선수들이 출입하는 문과 라커룸 사이에 위치해있지는만큼 이로 인해 선수들은 경기가 끝난뒤 원하지않더라도 기자회견장 앞을 지나치지않으면 안된다. 이 경기에서 88분에 결승골을 넣었던 루벤 올리베라(현 피오렌티나)는 골을 넣은 직후에 부상으로 피치를 떠났고 기자회견에 임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그곳에서 기자단은 이날 데뷔를 장식한 엘 샤라위에게 인터뷰를 요청. 16세 1개월 24일이라는 제노아 사상 최연소 데뷔를  장식한 젊은이의 말을 기사로 쓰고싶다고 생각한 것은 미디어로서는 당연한 희망이었다. 하지만 엘 샤라위의 자유분방한 성격을 알고있는 당시의 제노아 감독 지암피에로 가스페리니는 '폭주'가 시작되기 전에 "어린아이에 대한 인터뷰는 거절한다"라며 취재를 규제했다.


그런 상황을 알았는지 몰랐는지 엘 샤라위는 기쁘게 기자회견 단상에 착석하며 자신의 방대한 꿈을 말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직후 가스페리니로부터는 '2주간의 프리마베라 강등'이라는 큰 벌을 받았지만 소년 엘 샤라위는 크게 만족한 느낌이었다.



파격적인 조건으로 강호 밀란으로


현재 엘 샤라위의 에이전트인 로베르토 라 플로리오는 처음 그의 플레이를 봤을때의 인상을 이렇게 말했다.


"그의 볼터치는 다른 아이들과는 전혀 다른것이었습니다. 그는 볼을 여러번 만지며 돌리는 일 없이 언제나 심플하게 플레이하려했습니다. 그래요, 아마 그가 지난시즌 우디네세전에서 세리에A 첫골을 기록했을때와 같은 플레이입니다. 그때 그는 패스를 받자마다 한번에 상대 수비수 2명을 제치고 골을 넣었습니다. 마치 전성기의 카카처럼"


엘 샤라위는 제노아의 프리마베라에 소속되었던 2년동안 모든 타이틀을 손에 넣었다. 2008-09시즌에 코파이탈리아 결승에서 로마에게 승리했고 팔레르모와의 수퍼컵에서도 타이틀을 획득. 게다가 2009-10시즌에는 엠폴리와의 결승에서 직접 골을 넣으며 제노아를 프리마베라 스쿠데토로 이끌었다. 프리마베라에서의 성장을 거쳐 그는 세리에B의 파도바로 임대이적을 승낙했다. 그는 파도바에서 '진정한 축구'를 알게되었다.


시즌 전반기에 고민거리였던 왼쪽 무릎부상을 완치한 엘 샤라위는 장점인 스피드와 테크닉을 최대한으로 발휘했고 팀의 약진에 크게 공헌. 그의 활약으로 인해 파도바는 세리에B에서 5위까지 올라왔고 승격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결국 승격걸정전에서 노바라에게 패하며 세리에A 승격의 꿈은 수포로 돌아갔지만 그가 기록한 9개의 골 덕분에 파도바가 큰 꿈을 꾸는게 가능했던 것은 사실. 특히나 플레이오프 준결승 2차전에서의 도피에타는 마치 신들린듯했다.


그런 엘 샤라위에게 심취한 밀란의 아드리아노 갈리아니 부회장은 제노아의 엔리코 프레치오시 회장과의 좋은 관계를 살려 작년 6월에 700만유로로 엘 샤라위의 공동소유권을 획득. 올해 6월에는 300만유로를 추가로 지불하며 엘 샤라위를 완전영입했다. 밀란이 약 1000만유로에 알렉산데르 메르켈의 소유권을 양도한 것을 추가하면 대략 1600만유로 상당을 제노아에 지불한 것이 된다. 이것은 당초 제노아가 요구했던 2500만유로와는 금액의 차이가 있지만 19세의 선수에게 있어서는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재정난에 빠진 밀란임에도 손에서 놓지 않는 '보석'


라 프롤리오는 엘 샤라위의 에이전트라는 관계를 뛰어넘어 가족에 가까운 존재이기도하다. 그는 엘 샤라위의 시장가치를 적어도 2500만유로라고 추측하고있다. 현 밀란의 에이스로 성장한 엘 샤라위에게는 빅클럽들의 관심이 강해지고있다. 레알 마드리드와 맨체스터 시티가 뛰어들것 같은 움직임을 보이고있다는 것을 감지한 갈리아니는 올해 7월에 엘 샤라위와의 계약을 5년 연장하는것에 성공


또한 라 프롤리오가 연봉상승을 요구함에 따라 80만유로를 제시하며 이번시즌의 결과를 보고 재차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 라 프롤리오를 납득시켰다. 시즌 두자릿수골을 기록한 현재 연봉 재조정은 틀림없다. 또한 엘 샤라위는 '크리스마스 휴가까지 10골 이상을 넣으면 시즌뒤에 휴가비를 지불한다'라는 밀란의 주장 마시모 암브로시니와의 도박에도 승리. 크리스마스까지 1개월 이상이나 남은 11월 중순의 나폴리전에서 도피에타를 기록하며 빠르게 10골에 도달한 것이다.



프로로서의 모범은 밀란의 '전 아이돌'


밀라노의 중심가에 있는 스시바 '아르마니 노브'는 이탈리아에서 최고급 일식 레스토랑이다. 파투와 보아텡이 자주 애용하는 가게지만 최근에는 그곳에 '파라오네'도 추가된듯하다. 그 외에 그가 좋아하는 것들은 플레이스테이션, 고향 사보나의 옛 친구와의 재회, 그리고 몬자의 서킷에서 랠리 선수 리나르도 카펠로가 운전하는 하얀 아우디 R8에 타고 스리를 맛보는 것이다. 하지만 밤에 놀러가는 모습을 봤다는 목격담은 거의 전무. 자신의 의사인지, 부모의 교육인지, 어쨌든 엘 샤라위는 '땅에 발이 붙은 젊은이'라고 할 수 있다.


엘 샤라위의 집에서는 축구보다 학업을 우선시하는듯하다. 작년 6월 밀란의 여름캠프에 돌입하기 1개월 전 엘 샤라위가 고등학교졸업시험을 통과했을때 매니저 역할도 맡고있는 그의 아버지는 "이것으로 우리 집은 모두 '학사'야!"라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엘 샤라위가 학업 이상으로 축구에 정열을 기울였던 것도 확실하다. 유소년기에는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제노아의 팬이었고 평일에는 아버지와 함께 제노아의 연습을 견학하고 주말에는 '마라시(제노아의 홈경기장, 루이지 페라리스의 애칭)'으로 발을 옮기는 생활을 보냈다. 하지만 철이 들었을 때부터 엘 샤라위는 밀란의 팬이 되었고 아버지로부터 처음으로 받은 선물은 밀란의 레플리카 유니폼이었다. 덧붙여서 등번호는 그가 동경했던 카카의 이름이 새겨진 그것이다. 플레이스타일, 교양, 성격 등 모든 면에서 엘 샤라위의 표본이 된 것이 카카인 것이다.



외모로도 주목을 모으는 새로운 카리스마


엘 샤라위의 트레이드마크인 '모히칸헤어'는 젊은 밀라니스타들 사이에서까지 신앙같은 존재로 취급받고있다. 명예회장 실비오 베를루스코니로부터는 "좋은 청년이지만 헤어스타일은 바꿨으면한다"라며 쓴소리를 들었지만 본인은 자신만의 모히칸을 잘라낼 생각같은건 일절 없다. 다만 그의 헤어스타일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조건을 밝혔다.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한 이후부터"


인터넷 상에서 모히칸 이상으로 화제를 모으고있는것이 정성을 들여 정돈한 눈썹이다. 밀란으로 이적했을 당시에는 팀메이트들로부터 상당한 조롱을 받았고 젠나로 가투소로부터는 "플레이에 집중해, 멋을 내는데 시간을 무의미하게 쓰지마"라며 호된 꾸중을 들었다고한다. 하지만 패셔니스타 엘 샤라위는 이것에 반론했다. "비판받더라도 상관없어요. 페이스북에서는 이 눈썹이 평판이 매우 좋으니까. 꾸민다는 것에 대한 자신만의 취향이 있으니까요"


진정한 수퍼스타(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와 '악동' 수퍼스타(안토니오 카사노)가 떠난 지금이야말로 밀란에는 새로운 카리스마가 필요한 것은 아닐까. 그는 아직 20세. 스스로가 생각하고 그려나가는 스토리 속에서 폭발하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이다.


출처 : 월드사커킹 2013년 1월 3일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