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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칼럼 : 밀라노의 2팀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부진에서 벗어나지못한 밀란과 인테르


이탈리아의 미디어는 쥐세페 메아짜 스타디움의 옛 이름이 이 장소에 저주를 내렸다는 만담을 타이틀로 삼았다. '산 시로(San Siro)'를 모방한 '산 제로(San Zero)'라는 이름이 밀란과 인테르 2팀이 이 경기장에서 지금까지 기록한 승리의 수를 나타내고있는 것이다. 인테르는 홈에서 5경기(유로파리그 3경기, 세리에A 2경기), 밀란은 3경기(챔피언스리그 1경기, 세리에A 2경기)를 치렀다. 숫자는 양팀의 실태를 여실히 보여준다. 8경기의 결과는 3무 5패. 승리는 0. 밀란에 관해서는 여름이 끝나고 가을을 맞이하려하는 이 단계에서 아직 이번시즌의 홈 첫골조차 기록하지 못했다.


지난 주말에는 유벤투스가 또다시 후반에 압도적인 강력함을 발휘하며 이번시즌 리그 4승째(세리에A에서 43경기 연속 무패)를 달성한 한편, 밀라노의 2팀은 모두 패했다. 양팀을 합쳐 지금까지 획득가능했던 합계 24의 승점중 겨우 9점밖에 얻지못한 것이다. 사실에 대해 말하자면 지난 시즌의 4라운드를 마친 시점에서 양 팀이 얻었던 승점 역시 9포인트였지만 그 인상은 전혀 다르다.


1년전의 밀란은 평균연령이 높은 팀이기는했지만 당시에는 아직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와 티아구 실바, 알레산드로 네스타, 젠나로 가투소 등의 스타를 보유하고 있었다. 인테르는 'FIFA클럽월드컵'의 우승엠블럼을 가슴에 새기고 지암피에로 가스페리니감독과 마시모 모라티 회장과의 사이에 오해가 생기는 일이 있기는했으나 아직은 이탈리아와 유럽축구계의 강호팀으로 비춰지는 상태였다.


지금 이곳에서 화제로 오르내리는 것은 과거 3년간 세리에A의 3개의 우승팀 중 2팀, 2007년과 2010년이라는 비교적 최근의 시기에 유럽챔피언 타이틀을 얻었던 2팀이다. 대체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가장 간단한 답은 변변치못한 계획을 가진 두클럽에게 영향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이다. 밀란과 인테르를 운영하는 회장과 임원들은 냉철하지못하고, 선수들에 대한 애정과 감사의 기분만을 중시해왔다. 양팀 모두 너무 오랜 세월에 걸쳐 같은 멤버로 계속 싸워왔다. 모티베이션의 저하와 팀 내부에서는 베테랑 선수들의 과도한 발언력 상승, 연봉총액의 급등 등 당연히 예상할 수 있는 부작용이 표면화되고있다. 파이낸셜 페어플레이라는 새로운 규정으로 인해 유럽축구에는 광기와 같은 고액 거래에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했고 이탈리아의 경제위기가 이제는 부유층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는 가운데 밀라노의 클럽들은 고심하면서도 현금부족을 메우는 현명한 경영방식을 생각해야만했던것이다.


이브라히모비치와 티아구 실바뿐만이 아닌, 클라렌세 셰도르프에서 피포 인자기에 이르기까지 밀란은 한번의 여름동안 갑작스럽다고할만큼 거의 모든 베테랑 선수들에게 이별을 선고했다. 그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시도했던 것이 이미 마드리드에서 영광의 자리에서 전락한지 오래된 카카를 다시 불러들인다는 바보같은 보강이었으며 게다가 그것마저도 실패로 돌아가버렸다.


인테르는 밀란정도는 아니었지만 팀을 정비하고 로드리고 팔라시오와 안토니오 카사노같은 확실한 힘과 실적이 있는 선수들을 영입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팀의 지휘봉을 잡은 안드레아 스트라마치오니의 경험부족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10년 5월에 조세 무리뉴와 이별한뒤 2년동안 5번째 감독이다.


밀란이 세리에A 개막이후 4경기에서 3패를 당한것은 제2차 세계대전기간중이었던 1940년 이후 처음있는 일이다. 그들이 싸우는 모습 또한 전혀 보람이 없는 것이고 그들이 이번시즌 패한 상대는 삼프도리아에 아탈란타, 그리고 결코 좋은 모습은 아니었던 우디네세라고하는 팀들이었다. 그런 혼란속에서 과거 클럽에서의 성공을 정계에서의 성공으로 연결해왔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있는것일까. 그렇게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것이다. 팀이 리더쉽을 필요로하고있는 이 시기에 그는 어디에도 보이지않는다. 황당무계한 메세지로 밀란의 서포터들을 격려하는 역할은 No.2인 아드리아노 갈리아니에게 맡겨둔채로말이다.


베를루스코니와 마찬가지로 클럽의 추락에 책임이 있는 마시모 모라티는 적어도 홈경기에서는 모습을 드러내고있다. 큰 투자를 하면서도 매년 타이틀을 놓쳤던 회장, 이라는 10년 이상에 걸쳐 보여왔던 역할로 재차 복귀한듯하다. 이 2개의 클럽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예상하는 것은 간단하지 않다. 양 팀이 보여주는 현재의 참상과는 별개로 '산 제로' 스타디움이 더욱 더 한산해지는 것에 대한 불안도 있다. 챔피언스리그 관련 수익은 오랜시간에 걸쳐 양 클럽의 토대를 지탱해줬지만 지난시즌 6위에 그치며 출전권을 놓쳤던 이번시즌의 인테르는 물론 그것을 얻을 수 없을것이고 이번 시즌 종료후에 양 팀이 UEFA클럽대항전으로 가는 출전권을 얻을 수 있다고 상상하는 것 또한 어렵다.


'의자잡기 게임'의 승자가 된 것은 물론 유벤투스지만 그 외에도 몇몇 클럽이 변화의 파도를 잘 넘었다는 것은 흥미깊은 일이다. 지난 시즌에 코파 이탈리아 결승에서 안토니오 콘테의 팀에게 시즌 유일한 패배를 선물했던 나폴리뿐만아니라 삼프도리아와 피오렌티나도 힘을 늘려가고있고 이번 시즌에는 특히 라치오가 확실한 힘을 보여주고잇다. 우디네세도 잊어서는 안될것이다. 이번시즌 또한 주력선수들을 방출하면서 일요일 경기에서는 밀란을 매장시키는데 성공했고 '로쏘네로'를 강등라인과 겨우 1포인트 차이라는 궁지로 몰아넣었다.


미래는 확정되지않았고 축구에 관한 이야기는 언제나 불가사의한 전개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현재의 밀라노 양강이 매우 어두운 길을 걷고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으며 그 이유는 충분히 명백한 것이다. 그들은 현재 상황을 '저주'라고 계속 말하고있지만, 인과응보라는 자각을 시작하는 쪽이 현명할지도 모른다. 무엇이든 원인이 있고 결과가 있기때문이다.


글 / 체사레 폴렌기(골닷컴 아시아 총괄에디터)